서울대 외국인 교수가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한 학생을 향해 ‘나를 괴롭힌 서울대생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을 써 화제가 되고 있다.
편지를 쓴 이는 러시아 출신인 올가 페도렌코(39)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다. 작년 가을 서양인 인류학자로서는 처음 서울대에 임용돼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페도렌코 교수가 인류학과 대학원생과 공유한 뒤 SNS를 통해 퍼진 이 편지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오후 9시쯤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인근을 지나던 페도렌코 교수에게 한 남학생이 다가왔다.
이 학생은 “‘coincidence(우연의 일치)’라는 영어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페도렌코 교수가 “아무 외국인에게나 다가가 무작위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거절하자 학생은 한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페도렌코 교수는 편지에서 “낯선 사람이 괴롭힐 때 외국인이 취하는 행동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라며 “집에 도착해서도 불안하고 화가 났으며 두려웠다”고 적었다.
이어 “몇몇 사람은 경찰에 연락하라고 권했지만, 나는 해당 학생에게 공개서신을 쓰고 이 일을 공론화하기로 했다”며 “성차별과 인종적 편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페도렌코 교수는 자신에게 욕설을 한 학생을 향해 “당신은 나를 한명의 인간이 아닌 백인 여성으로 끼워 맞춰 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는 다른 외국인 여성도 겪고 있고, 성평등 및 인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서울대가 이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하며 편지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