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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무서워서 못 타겠다 싶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괜찮으면 출발합니다"

덜컹거리는 진동과 함께 롤러코스터가 출발했고, 눈앞에 판타지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철창에 갇힌 나는 마법사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날개 달린 '인간 박쥐'가 나타나 철창을 잡아 뜯고 부쉈다. 갑자기 마법사가 사라지고 덩치 큰 괴물이 수레 고삐를 쥐었다. 거인은 수레 끈을 위아래로 빙빙 돌렸고, 수레에 갇힌 나도 몸이 빙글빙글 돌았다. 수레가 아래로 곤두박질 칠 때마다 주위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커졌다.

수레가 겨우 괴물에게서 벗어나 평지를 달렸다. '사냥'에 실패한 세 마리의 괴물이 멀리서 서성대는 모습이 보이더니 안내 방송이 들렸다. "후렌치레볼루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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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 국내 최초의 VR(가상현실) 롤러코스터 '후렌치레볼루션2 VR'이 일반 이용객들에게 공개됐다. 'VR 영상으로 실제 낙하 거리보다 더 떨어지는 느낌 등을 구현해 긴장감과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을 직접 체험해보려고 기자도 길게 늘어선 인파에 동참했다. 평일임에도 2시간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탑승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롤러코스터 좌석에 앉아 고글처럼 생긴 '가상현실 체험기기(오큘러스 기어)'를 머리에 쓰니 전혀 다른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VR 콘텐츠를 결합한 롤러코스터는 약 2분 정도 몰입감 높은 광고를 본 듯 재미있고 새로웠지만, 짜릿함은 기대보다 덜했다. 기존 롤러코스터(후렌치레볼루션)는 실내 건물 사이를 고속으로 지나며 금방 충돌할 듯한 공포감이 있었지만, VR 버전은 그런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상 속 거인이 수레를 마구 휘두르는 설정 덕분인지 속도감은 더 느껴졌지만, 360도 회전과 빠른 하강에서 오는 아찔함도 부족했다. 옆자리에 탑승한 김모(27)씨도 "스릴을 즐기는 '매니아'라면 VR 기구를 벗고 타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롯데월드는 독일의 VR코스터사(社)와 4월 계약을 맺고 3개월 간의 작업 끝에 '후렌치레볼루션2'를 개발했다. 10월 말부터 기존 롤러코스트 운행을 멈추고 테스트를 반복했다. 롯데월드 측은 "VR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최첨단 테마파크로의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6개월에 한 번씩 VR 콘텐츠를 바꿔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월드는 오는 12월 지상 70m 높이에서 3초 만에 아래로 떨어지는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에도 VR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