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의 변동은 있지만 재산으로써 금의 가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었다. 또한 부와 권력을 나타내려 몸을 치장하는 사치품으로 금을 착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금 성분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착용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금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골드 테라피(Gold Therapy)’가 유행하면서 장신구의 재료였던 금이 음식으로도, 화장품으로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금이 첨가되면 제품 가격이 오르는데도 기꺼이 투자한다. 금이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금반지를 하고 다닌 뒤로 혈액 순환이 더 잘 되네."

이명복 전 서울대학교 해부학 교수가 쓴 ‘사상체질 팔상체질 감별법’에 따르면,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 등 사상 체질에 맞게 반지를 착용했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를 ‘반지 요법’이라고 하며, 다섯 손가락에 오행성(五行性)이 있다는 동양 의학을 토대로 한다.

금반지는 보(補)하는 작용을 하고, 은반지는 사(瀉)하는 작용을 한다. 허(虛)한 장기에는 금반지를 껴 기운을 모으고, 실(實)한 장기에는 은반지를 껴 기운을 흩어지게 하는 것이 반지 요법의 핵심이다. 사상 체질에 따라 허한 장기와 실한 장기가 다르다. 태양인은 ‘간허폐실’, 태음인은 ‘간실폐허’, 소양인은 ‘신허비실’, 소음인은 ‘신실비허’이다. 이를 토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지만, 서양 의학에서는 금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견해에 대해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말한다. 몸에 귀금속을 지니면 있으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착용했을 때 금속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 24K, 18K, 14K 등 순으로 점차 금의 함량이 떨어지면서 니켈과 합금으로 장신구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니켈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금속 알레르기가 유발된다. 관련 기사▶

'금이 해독작용을 한다.'
'금이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금을 술에 넣어 먹으면 숙취해소에 좋다.'

식용 금의 효능에 대한 광고가 뜨면서 일식집이나 횟집에서 금가루를 올린 회가 메뉴판에 등장했다. 케이크나 초콜릿 등 디저트 가게에서도, 고급 바에서도 금가루 장식이 흔하게 보인다.

동·서양의 옛 문헌에서 식용 금의 효능을 찾아볼 수 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23대 황제 엘라가발루스(Elagabalus)가 불로장생을 꿈꾸며 금가루로 양념통을 만들어 요리에 뿌려 먹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중세 때는 연금술사나 의사들이 물약에 금가루를 넣어 노화 방지 약으로 썼고, ‘장수하려면 금잔에 술을 마시라’는 속담이 있었다.

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

조선 시대 의관인 허준이 1596년 편찬한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금은 정신을 맑게 하고 경기와 간질병을 진정시키고 혈맥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적혀있다. 한의학에서 처방하는 우황청심환이 금박에 싸여 있는 것도 동의보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는 식용 금의 효능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고 한다. 금을 먹어도 건강상 이득이 없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즐기면 콩팥병이 생긴다고 한다. 동아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홍영습 교수는 "금을 섭취했을 때 혈액순환이나 숙취 해소 등의 효과가 있다는 건 전혀 근거가 없다"며 "어떤 의학 교과서나 논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금가루는 외관이나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한 '착색제'이며, 섭취했을 때 건강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금도 중금속의 일종으로 아연이나 철·구리 같이 신체에 꼭 필요한 중금속이 아니면 체내에 쉽게 쌓인다. 우리 몸에서 중금속을 걸러내는 장기는 간·콩팥인데, 금가루 음식을 지나치게 즐기게 되면 간이 손상되고 콩팥 기능이 망가진다. 빈혈 위험도 있다. 금 섭취로 골수의 조혈 기능에 문제가 생겨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세포 자체가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에센스·크림·마스크팩 등 기초 제품부터 파운데이션·팩트 등 메이크업 제품까지 금이 첨가된 화장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화장품에서 더 나아가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에서는 주름을 개선하고 탄력을 높이기 위해 피부에 금실을 삽입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피부 미용에 금을 활용하는 근거는 '이온 작용'에 있다. 인체에는 항상 미약한 전류가 흘러 (+), (-) 이온이 이동하고 있는데, 금에 흐르는 전류가 이 이온의 이동이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도록 원활하게 해준다. 그래서 피부에 금을 바르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얼굴에 금판 깔자]

하지만, 금이 피부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검증할 의학적 자료는 아직 없다고 한다. 특히 시중 화장품의 경우 금의 함량이 미미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보는 전문의들도 있다. 매일 2~3차례 쓰다가는 미세하게 분쇄된 금 알갱이가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모공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예부터 금이 부귀(富貴)를 상징해서일까, 많은 이들이 음식 위 금가루가 반짝이거나 화장품이 황금색이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금이 들어가면 값이 뛰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건강학적 측면으로 보면 금이라고 해서 환영만 할 수 없다. 금 제품을 이용하기 전에 과학적, 또는 의학적 근거를 자신에 맞게 잘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