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컬러즈'는 상담을 통해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색을 추천해주는 곳이다. 주말에 상담을 받으려면 보통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방문하거나 취업 면접, 결혼식 등 큰 행사를 앞두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 색을 문의하는 젊은 남성, 어울리는 넥타이 색을 찾는 중년 남성, 아이보리색과 눈처럼 새하얀 색 중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할지 묻는 예비 신부까지 다양하다.
단체 상담 4만원(5명·2시간)부터 개인 상담 12만원(1시간)까지 가격대가 만만찮다. 컬러 컨설팅을 받은 취업 준비생 이지은(24)씨는 "잘 어울리는 색으로 화장하거나 옷을 입으면 얼굴에 형광등이 켜진 것처럼 인상이 환해진다는 친구들 얘기를 듣고 면접관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꼭 맞는 '나만의 컬러'를 찾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피부, 눈동자, 머리카락 등 신체색과 조화를 이뤄 생기가 돌고 활기차 보이게 만드는 '퍼스널 컬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색채·심리학자들이 연구해온 퍼스널 컬러는 크게 사계절 분류로 나뉜다. 얼굴에 노란 기운이 있고(웜톤·warm tone) 밝으면 봄, 어두우면 가을, 푸른 기운이 있고(쿨톤·cool tone) 밝으면 여름, 어두우면 겨울 유형에 속한다. 집에서 얼굴 아래 흰 천을 깔고 스스로 얼굴색을 판별해볼 수도 있지만, 전문가가 직접 여러 색의 천을 얼굴에 일일이 대보며 테스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컬러 컨설턴트 최예서씨는 "얼굴 톤에 맞는 색을 활용하면 화사하고 건강해 보이는 반면, 맞지 않는 색을 쓸 경우엔 칙칙하거나 창백하고 피부 결점이 도드라져 보인다"고 했다.
'프로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퍼스널 컬러북', '예뻐지는 퍼스널 컬러 스타일링' 등 관련 책도 최근 10권 이상 나왔다. 자신에게 맞는 색조(tone)라는 뜻의 '톤체성'(톤+정체성), 자신에게 맞는 색조를 정확히 몰라 헷갈린다는 '톤팡질팡'(톤+갈팡질팡) 등 신조어도 생겨났다. 퍼스널 컬러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가 가장 적극적이다.
어반디케이와 슈에무라는 최근 각각 100가지 색깔의 립스틱과 아이섀도를 출시했다. 메이크업포에버, 랑콤, 나스, 들라크루아 등도 립스틱 컬러를 30~50가지씩 내놨다. '여배우 립스틱'보다 '나만의 립스틱'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에뛰드는 퍼스널 컬러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제품명에 '웜톤'과 '쿨톤'이란 단어를 넣은 화장품도 최근 출시했는데 모든 컬러가 조기 품절됐다.
얼굴이 계란형에 가깝게 보이는 헤어 컬러를 찾아주는 미용실, 퍼스널 컬러에 맞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주는 사진관도 등장했다.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지난 3월 웜톤과 쿨톤에 맞는 화이트 셔츠를 각각 내놓고 손님들이 매장에서 피부 톤을 체크한 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게 했다.
결혼정보회사나 취업박람회장에서 퍼스널 컬러 강의가 자주 열리는 것은 물론,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나 대기업 신입사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파악해 자율성·창의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단체 교육을 받기도 한다. 현중균 컬러즈 대표는 "퍼스널 컬러 열풍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성비를 따져가며 꼼꼼하게 고르는 소비문화와도 연관돼 있다"며 "유행 따라 산 물건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경우 잘 쓰지 않게 되지만, 자기 특성에 딱 맞는 물건을 구입하면 두고두고 효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