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솔솔 바짓단 아래로 올라와 썰렁함이 느껴지는 겨울이 왔다. 부츠의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구두끈 매기 귀찮아하는 대한민국 아저씨들이 과연 부츠를 좋아할까? 끈을 매지 않아도 되는 '첼시 부츠'(Chelsea boots)라면 귀가 솔깃할지도 모르겠다.
비틀스가 신어 인기를 얻었던 첼시 부츠는 1850년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부츠를 만들던 조지프 스파크스-홀이 고안했다. 발목에 잘 늘어나는 고무밴드가 있어서 끈 맬 필요가 없고, 신고 벗기 편해 영국 신사들에게 사랑받았다. 1950년대 런던 첼시 지역에서 활동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애용하면서 첼시 부츠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비틀스를 비롯한 록스타들은 좀 더 높은 굽을 붙였는데 이 변형본이 '비틀스 부츠'라 불리기도 한다.
검은색 첼시 부츠는 말쑥한 정장과 잘 어울린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도 손색없다. 통 좁은 날렵한 청바지와도 멋진 궁합을 이룬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평상복에는 갈색이나 베이지 계열 스웨이드 제품도 추천할 만하다. 두툼한 면바지나 흔히 '골덴'이라 부르는 코듀로이 소재 바지와도 세련된 조화를 이룬다.
다른 부츠들과 마찬가지로 첼시 부츠를 신을 때도 길이가 조금 짧은 듯한 느낌의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정장 바지라면 밑단을 접어 올린 턴업(turnup) 스타일, 캐주얼 바지라면 밑단을 말아 올린 롤업(roll-up) 스타일이 첼시 부츠와 경쾌하게 어울린다. 마음마저 추워지는 요즘, 첼시 부츠로 발목을 따뜻하게 감싸며 멋까지 더해보면 어떨까.
입력 2016.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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