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쯤 전남 전주와 대구·서울 등에 사는 최모(23)씨 등 9명은 불법 인터넷 도박 홍보 사이트를 해킹해서 돈을 벌어보려고 뜻을 모았다. 중학교 동창 등으로 이뤄진 이들 중엔 해킹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있었다.
최씨 등은 회원이 9만명가량인 국내 불법 인터넷 도박 홍보 사이트 등 4곳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 다음 자신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 8~12개를 게시하면서 개당 월 150만~500만원의 홍보비를 받았다. 지난 3월부터 8월 사이에 매달 1억원씩 총 6억원을 이런 식으로 챙겼다.
최씨 등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이용해 사이트를 운영했고, 해킹할 때는 국내 공범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로 원격 접속해 자신들의 아이피(IP)를 숨겼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 중 일부는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해킹을 했다. 해킹으로 도박 홍보 사이트를 빼앗긴 운영자들은 사이트 자체가 불법이라는 약점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했다.
최씨 등은 해킹을 통해 가로챈 돈으로 월세 400만원가량인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등지에서 생활했다. 또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월 300만~400만원에 빌려 타고 다니며 유흥비로 돈을 썼다. 5만원권을 테이블에 펼쳐 놓거나 외제차 안에 돈뭉치를 쌓아 놓고 찍은 사진 등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자랑하기도 했다. 최씨는 한 렌터카 업체 홈페이지를 해킹해 빼낸 고객 정보 3만건을 다른 렌터카 업자에게 넘기고 렌터카 업자에게 자신이 타는 외제차 렌트 비용을 대신 내게 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5일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커 최씨 등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2명을 수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