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거야." 세레나데가 아니다. 심야 라디오 DJ에겐 공포의 언어 폭력. 매일 자정 방송되는 SBS 심야 라디오 '기분 좋은 밤'을 진행하는 김태욱(56) 아나운서는 한 여성의 집착적인 문자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SBS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DJ에게 추근대는 경우가 많은데, 공개 게시판과 달리 제작진에게만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소리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내밀한 매체이다 보니, DJ의 목소리를 일대일의 대화로 받아들이는 청취자가 많다. 라디오국장을 지낸 MBC 홍동식 PD는 "제작진이 과민 대응하지 않을 뿐 문자메시지를 통한 스토킹은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KBS 심야 FM '옥탑방 라디오'를 진행하던 장윤주(36)씨는 한 방송에 나와 "전파로 나가는 내 목소리가 여성스러운지 간혹 나를 여자 친구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며 "한 남성이 '나는 네 남자 친구다'라면서 찾아온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심야는 가장 감성적인 시간대. 2005년 집착에 가까운 문자메시지 폭탄에 시달리다 경찰에 신고까지 한 CBS 김세광 제작2부장은 "심야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라디오 DJ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DJ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애정 공세를 퍼부어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땅·집문서 사본 등을 보내는 '과시형',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방문형', 속옷 등을 우편으로 보내는 '변태형'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때론 '아침형' 스토커도 있다. 오전 7시에 시작하는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을 연출하던 CBS 서병석 PD는 "지난해 DJ에게 '우리는 애인 사이 아니냐'며 서울 종로 빵집으로 나오라고 시간·장소를 일방 통보하던 남자가 있었다"면서 "그러고는 '몇 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왜 안 나왔느냐'고 욕설을 퍼붓곤 했는데, 이런 경우 담당 PD가 직접 전화를 걸어 경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