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검찰이 압수 수색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파트.

[고발 114일 돼서야 우병우 집 압수수색]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서울 압구정동 자택을 압수 수색하기 시작한 것은 10일 낮 12시부터다. 검찰은 이날 "지난 9일 밤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해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받은 즉시 집행했다"며 "검사 2명을 포함해 8명이 3시간 20분간 압수 수색을 진행했으며 압수물은 두 상자 분량"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압수 수색 과정을 이처럼 상세히 언론에 알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우 전 수석 처가(妻家)의 강남땅 거래 의혹 등을 수사한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사무실에서 달랑 쇼핑백 하나를 갖고 나오는 등 봐주기 수사를 해왔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됐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최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의 국정(國政) 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전횡을 감시하고 방지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책임자가 이들과 결탁해 불법을 덮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한 축이라면 이를 은폐한 책임자들을 찾아내 처벌하는 '은폐 게이트 규명 작업'은 다른 축이 될 것"이라며 "은폐 시도가 있었다면 민정수석실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압수 수색 역시 우 전 수석 수사에 여전히 소극적인 검찰의 태도를 보여준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자택만 압수 수색했을 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 반이 지났는데, 우 전 수석 같은 수사 전문가가 집에 문제가 될 만한 물건을 놔뒀겠느냐"고 했다.

법조계에선 민정수석실은 물론 우 전 수석과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한 부하 직원들에 대한 압수 수색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이나 보고 자료는 퇴직하는 사람이 외부로 반출하기 쉽지 않다. 민정수석실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강요 과정이나 최순실·차은택씨를 둘러싼 문제들을 조사했거나 알고도 덮었다면 관련 보고서 등의 '흔적'이 컴퓨터 등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미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는 민정수석실이 차은택·이성한씨 등 두 재단 관계자들을 내사한 적이 있다는 말이 퍼져 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에서 내 뒷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K스포츠재단이 지난 5월 말~6월 초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받았다가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검찰의 수사 정보를 재단 측에 알려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K스포츠재단은 롯데로부터 받은 70억원을 검찰이 롯데그룹을 압수 수색하기 하루 전날인 6월 9일부터 닷새에 걸쳐 돌려줬다. 검찰의 수사 정보는 대검과 법무부를 거쳐 민정수석실로 보고되는데, 이들 중 누군가가 재단 측에 '롯데 압수 수색' 정보를 알려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우 전 수석과 관련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할 것이며,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경찰과 국세청 등을 상대로도 미르재단이 설립된 작년 10월 이후 재단의 문제점을 둘러싼 첩보를 수집해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