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MVP를 수상한 정조국이 부인 김성은과 아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정조국(32·광주)이 화려하게 비상했다.

2016년은 그야말로 정조국의 해였다. 정조국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에서 20골을 터뜨리며 아드리아노(17골·서울)를 따돌리고 클래식 득점왕에 올랐다.

정조국은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클래식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서울의 클래식 우승을 견인한 오스마르, 전북의 레오나르도와 경쟁을 펼쳐야 했다.

8일 서울 홍제동의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K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화두는 단연 클래식 MVP의 향방이었다.

MVP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광주FC"까지 발표하는 순간 장내는 이미 놀란 듯 술렁였다. K리그 클래식 최고의 별은 정조국이었다.

수상자 호명 순간 가장 놀란 사람은 정조국 본인이었다. 이름이 불리자 벌떡 일어섰지만 믿기지 않는 듯 두리번 거렸다. 환하게 웃었지만 얼떨떨한 순간, 주위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그를 따스하게 안아줬다. 2003년 데뷔 후 14년, 잘하는 선수였지만 단 한번도 최고의 선수였던 적 없는 그가 왕좌에 올랐다. 정조국은 함께 시상식에 온 아들 태하를 꼭 안아준 뒤 무대에 올랐다. 그 순간 진행을 맡은 이광용 아나운서는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코멘트로 정조국을 축하했다.

무대에 선 그는 여전히 얼떨떨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K리그는 진짜 사랑입니다"라며 벅차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항상 이야기 했지만 남기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팀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준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축구 아버님인 조광래 감독님께도 진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아닌 K리그를 대표해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힘인 리그 많이 응원해주시고"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목이 메이는 듯 하늘을 보며 "아~"하는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른 정조국은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상을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내가 달려야 하고 좀더 떳떳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박수를 유도했다.

2003년 신인왕을 차지한 뒤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던 정조국. 과거 '페트리어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교한 골감각을 과시했던 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서울 소속이던 지난 시즌에는 포지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광주행을 결심했다. "아빠는 왜 안 뛰어?"라는 아들의 말에 마음을 굳혔다. 정조국은 "서울을 떠나는 게 힘들었다. 지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힘들 것 같다"면서도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었고 아직 자신이 있었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지푸라기 잡듯 선택했던 광주 이적. 정조국은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으며 정상에 우뚝 섰다. 정조국은 "축구하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날이다. 다신 이런 날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며 "앞으로 더욱 더 성실하게 모범이 되는 K리그 선배로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조국은 올 시즌 수 많은 역사를 썼다. 정조국은 20골로 자신의 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뛰어넘었다. 종전 기록은 2010년 서울에서 작성했던 13골이었다. 2013년 클래식 출범 이후 20골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득점왕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지금까지 MVP는 리그 우승 또는 준우승팀 소속 선수의 전유물이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라도 팀이 우승권에 도달하지 못하면 수상에 다소 불리했다. 그러나 정조국은 그 공식을 멋지게 깨뜨렸다. 우승은커녕 매시즌 잔류를 걱정하는 광주 선수가 MVP를 차지했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정조국이 써내린 역전 드라마.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반전이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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