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촌(2013년 사망)이 처음 결성해 전국구 폭력조직으로 성장한 범서방파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범죄와의 전쟁' 이후 지리멸렬한 상태가 됐다. 하지만 범서방파를 추종하는 세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52)씨에게 거액을 뜯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통합 범서방파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전재용씨의 외삼촌인 이창석(65)씨는 경기도 오산 땅을 수원 N건설사에 매각했다. 당시 전씨는 이씨로부터 계약 업무를 위임받았다. N사는 대금 400억원 중 100억원이 모자라자 보유하고 있던 용인의 토지를 담보로 내놓았다. 그러나 N사는 부도를 냈고, 전씨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법원에 이 토지의 공매를 신청했다.

그러자 N사 대표와 친밀한 사이였던 통합 범서방파 화곡 계열의 두목인 조모(50)씨가 개입했다. 그는 2012년 1월 조직원 40여 명을 데리고 N사의 공매 대상 토지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조직원들은 유치권을 주장하는 플래카드도 내걸고 20여 일 동안 숙식하며 막무가내로 공매 실사단의 접근을 방해했다. 이들은 전씨에게 20억원을 갈취하고 나서야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통합 범서방파 조직 81명을 검거해 두목급 정모(57)씨 등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서방파는 집중단속 등을 거치면서 작은 조직으로 쪼개졌다. 이 중 함평·화곡·연신내 계열이 2008년 7월 경기 양평의 수상스키장에서 통합 서방파를 결성하고 전국 건설현장이나 유흥업소, 분쟁현장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2009년 8월 전북 김제의 강제집행 현장에 조직원 30여 명을 동원해 집단 폭행을 저질렀다. 9월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조직원 10여 명을 보내 제작진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로 통합 범서방파 주요 조직원 대부분은 사법처리 됐다. 전재용씨와 이창석씨는 탈세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지만 각각 약 38억원과 34억원을 미납해 지난 7월부터 노역장에 유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