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은 작은 '지구 전시관'이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 자리 잡은 이곳에선 전 세계 5대 기후(열대·사막·지중해·온대·극지)에서 서식하는 5400여종의 동식물을 통해 지구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립생태원 중심 전시관인 에코리움의 로비 한가운데엔 이색적인 공간이 있다. 300㎡ 면적의 '어린이 생태 글방'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생태 지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4년 12월 문을 열었다. 어린이 생태 글방은 개관 이후 지난달까지 55만여명이 찾으면서 생태원에서도 꼭 찾아야 할 장소로 떠올랐다.
◇생태 책 읽고 주말엔 강의 들어
어린이 생태 글방은 자연·기초과학 도서 1만1700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영·유아와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도서만 선별했다. 영·유아 전용 열람 공간인 '잼잼하다람(하늘다람쥐)' 구역에는 그림책이 주요 도서다. 1층 높이 공간이 2개 층으로 나눠져 있다. 다락방 같은 분위기라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난달 말 생태 글방을 찾은 김연지(여·41·경기 평택시)씨는 "천장이 낮아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벌집 모양으로 뚫린 벽면도 재밌고, 바닥도 푹신푹신해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주말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상상바오밥(바오밥나무)' 구역에서는 부모와 3~6세 자녀 20여명이 '생태해설사와 함께하는 생태 이야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해설사가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은?"이라고 묻자 아이들은 "선인장이요"라고 답하고는 도화지에 색연필로 선인장을 그렸다.
동화 구연 전문 강사가 나오는 '어린이 생태 동화 읽어주기'와 '생태 동화작가 초청 북 콘서트'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돌봄나저어(저어새)' '궁금금구리(금개구리)' 구역에선 조용하게 독서에 집중하기 좋다.
◇열대부터 극지까지 생태계 공부
국립생태원은 99만8000㎡ 부지에 지어진 연구·교육·전시 기관이다. 일반 방문객을 위해 에코리움과 야외 전시장을 공개하고 있다. 에코리움은 중앙에 놓인 어린이 생태 글방을 열대관·사막관·지중해관·온대관·극지관이 둘러싸는 형태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동식물 2400종이 살고 있다. 뿌리가 지상에 노출된 식물인 시서스(Cissus)의 통로를 지나면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쿠를 비롯해 전기뱀장어, 나일악어 등이 사는 열대관이 나타난다. 울창한 정글과 폭포 소리가 아마존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습도 40% 이하의 건조한 환경을 유지하는 사막관에는 2~3m 높이의 선인장 무륜주와 사막여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중해관엔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자란다.
기후대별 전시관을 지날 때마다 습도와 온도가 바뀐다. 관람객 윤형식(43·경북 김천시)씨는 "열대관은 덥고, 극지관은 쌀쌀해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연 속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에코리움 밖엔 천연기념물 큰고니와 원앙을 볼 수 있는 연못을 비롯해 습지, 고산생태원, 사슴생태원 등이 공원처럼 조성돼 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은 "생태원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구경하고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든 책을 뒤져보고 토론도 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디자인했다"면서 "오감만족(五感滿足) 생태 공부를 할 수 있는 아시아의 대표 생태 기관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