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거래를 이용한 사기 범죄의 유형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는 사람은 돈을 보냈고 파는 사람도 물건을 보냈지만 중간에 물건이 사라져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피해자가 되는 3자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중고거래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양한 사기 유형과 예방법, 대처법을 알아보자.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중고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했다. 물건을 사기로 하고 15만원을 송금했지만 연락이 두절된 것. 이미 단종돼 새 제품으로는 구매할 수 없는 전자기기를 사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도 답이 없고 전화도 꺼져 있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보니 똑같은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어요. 사기라는 제보 글도 많았고요.”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5년 1~3분기 6만여 건이던 중고거래 사기 신고건수가 올해 같은 기간엔 7만5천여 건으로 25%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데다 대부분 피해금액이 작아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실제 사기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해자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개인 사기꾼은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 움직이는 대대적인 사기조직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속이는 수법 또한 점차 발전하고 있는데 사전에 조금만 품을 들이면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판매자 정보 확인은 필수!
우선 동일한 모델의 제품인데도 다른 판매자들이 올려놓은 가격보다 확연히 낮거나 높다면 꼭 의심을 해봐야 한다. A씨처럼 단종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표적이 되기 쉽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나 물건을 건네받는 직거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직거래를 할 때에도 판매자의 신분증과 얼굴을 비교하는 등 신분을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자. 또 현금을 직접 건네기보다 계좌이체를 하는 방법으로 물품 대금 지불 증거를 확보해놓는 것이 좋다.
직거래가 여의치 않아 택배로 물건을 받아야 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판매자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네이버 ‘중고나라’에 글을 게시한 사람의 아이디를 클릭하고 ‘게시글 보기’를 누르면 판매자가 지금까지 등록한 글과 댓글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게시글의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사기꾼의 게시글에는 이전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댓글이나 답글을 달아놓는다.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로 사기 신고 이력 조회
커뮤니티의 쪽지나 채팅, 카카오톡 등으로만 대화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상대방의 실제 연락처를 반드시 받아서 가급적 음성 통화로 연락하는 것이 좋다.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받고 나면 사기 신고 이력을 조회해봐야 한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cyberbureau.police.go.kr)에 접속하거나 ‘경찰청 사이버캅’ 앱을 다운받으면 최근 3개월 동안 3회 이상 경찰에 신고 접수된 번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006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THECHEAT)’에서도 사기 이력 검색이 가능하다. 더치트는 사기꾼의 이름, 아이디,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10여 가지 정보를 공유해 월 평균 4천여 건의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점점 치밀해지는 사기 수법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유형 중에는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은 채 연락을 끊어버리는 단순 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기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다양한 수법으로 털어가고 있다.
먼저 안전거래 사칭 사기.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이용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인 '에스크로'의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구매자의 개인정보와 금전을 탈취하는 경우다. 안전거래인 척 판매글을 올리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 주소를 보내는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대표적인 안전거래 사이트는 이니P2P(www.inip2p.com), 유니크로(www.unicro.co.kr), 세이프유(www.safeu.co.kr), 네이버페이(pay.naver.com) 등 4곳이다. 사이트의 주소가 한 자라도 다르다면 사기다.
판매하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엮는 ‘3자 사기’도 있다. 사기꾼이 판매글을 올린 사람에게 물건을 사려는 척 연락해 물품 사진과 계좌번호를 받는다. 그리고 구매를 원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판매자인 척하며 사진과 함께 받은 계좌번호를 주어 돈을 입금하게 한다. 그다음 판매자에게 사기꾼 자신이 물건을 받을 주소를 알려주어 중간에서 물품을 갈취한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 한 명은 돈을 보냈지만 물건을 못 받는 것이고, 또 다른 피해자는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고 물건을 보냈지만 중간에 물건을 편취당해 마치 안 보낸 것처럼 되어 사기사건에 연루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남겨라!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남겨야 한다. 인터넷 게시물, 대화 내용, 이체내역 등을 캡처하고 이름, 연락처, 계좌번호, 아이디 등 가해자의 정보를 수집하자.
신고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사이버경찰청 홈페이지(cyberbureau.police.go.kr)에 들어가 신고 접수를 하는 것. 신고 건에 대한 검토 등으로 인한 소요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직접 방문해 신고하는 것이 좋다.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고 수사가 시작된다. 사건에 따라 수개월이 소요되는데 2개월 넘도록 사기꾼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지명수배를 하게 된다.
범인이 잡히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지만 그전에 범인으로부터 보상을 하겠다는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범인에게 돈이 있고 변제 의사가 있는 경우, 혹 범인이 미성년자여서 부모가 대신 변제를 해주는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범인에게 변제 의사가 없거나 변제할 능력이 없다면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형사상 처벌은 가능하나 경찰이 피해금액을 대신 받아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혼자서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신속하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배상명령제도가 있다”며 “범행으로 인해 발생한 물적 피해에 대해 법원이 배상명령을 내려 가해자의 재산을 압류 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