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허모(26)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성형외과를 찾아 일명 '갑바(남성의 근육질 가슴을 뜻하는 은어) 수술'을 받았다. 지난 여름방학 두 달간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했지만 가슴 쪽엔 근육이 잘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비쩍 마른 가슴이 콤플렉스였다는 허씨는 수술 및 사후 관리 비용으로 약 350만원을 썼다. 그는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가슴근육이 튼실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옷맵시도 좋아지는 데다 나중에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수술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20~30대 남성 사이에 '갑바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운동이 아니라 수술로 근육질 가슴을 만드는 것이다. 이 수술은 원래 '여유증(여성형 유방증·남자 가슴이 여성 유방처럼 발달하는 증세)'을 앓고 있는 남성을 위해 고안됐지만, 요즘엔 몸매 관리 목적으로 이 수술을 받는 젊은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술 이후 일정 기간 체형을 유지시켜주는 두툼한 '압박복'을 입어야 되기 때문에, 표시 나지 않도록 위에 겉옷을 입을 수 있는 가을과 겨울에 더 인기라고 한다.

취업 준비생 안모(28)씨는 지난달 면접 준비를 하다 이 수술을 받았다. 면접관들에게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갑바 성형'을 알게 됐다는 안씨는 "이성(異性)에게 어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단 한 번에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갑바 성형'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지방 흡입술과 유사하다. 기구를 이용해 지방을 빼내고 가슴을 근육이 부각되는 형태로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압구정동 한 성형외과 원장은 "순수 미용 목적으로 수술할 경우 200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체형에 따라 400만원 이상까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갑바 성형'과 왕(王)자 복근을 만들어주는 '복근 수술'을 같이 받는 남성들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수술 하나만으로 '몸짱'이 되겠다는 생각은 환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강남 논현동 한 성형외과 원장은 "수술 이후 꾸준한 운동을 하고 정기적인 관리를 받지 않으면 '짝가슴(비대칭 가슴)'이 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