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을 구할 수 있느냐는 기자 문의에 브로커는 다른 임신부와 주고받은 문자라며 복용법을 가르쳐줬다.

"우리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나의 자궁은 나의 것!"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 1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각자 만들어온 피켓을 들고 임신 중단 전면 합법화를 외쳤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입법 예고하자 여성 단체와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 시위가 번진 것이다.

이들은 이날 '먹는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프진'의 국내 판매를 허용하라는 요구도 했다.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억제시키고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자궁에서 태아를 떨어뜨리는 원리다. 유럽 다수 국가와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아래 이러한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는 우리나라에서 낙태약의 유통과 판매는 원칙적으로 차단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낙태약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지난 1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임신 12주인데 낙태약을 살 수 있느냐'는 글이 올라왔고 정품만 취급한다는 댓글에는 모바일메신저 아이디가 남겨져 있었다.

기자가 모바일메신저로 "약을 살 수 있느냐"고 묻자 브로커 A씨에게서 답이 왔다. 그는 "현재 국내엔 남은 분량이 없고 해외에서 들여오려면 2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50만원을 준비하라"고 했다. A씨에게 "임신 10주 차"라고 말했더니 복약 지도까지 했다. 그는 "이틀째에 생리통 정도의 통증과 함께 동그란 수정란이 나온다"며 "부작용은 전혀 없으며 12주 미만일 경우 99% (임신중절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A씨는 한 시간 뒤 다시 기자에게 연락해 "구매를 취소한 사람이 있어 바로 구해줄 수 있다"며 "이 약을 먹고 낙태에 성공한 사람이 50명 넘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접속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불법 유통되는 낙태약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낙태약을 불법으로 사서 복용한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후기를 공유한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숨긴 10대 청소년들도 있었다. 이 중엔 "임신 24주 차에 약을 먹었는데 낙태가 안 돼 결국 수술을 했다" "여자 친구가 약을 먹고 일주일째 하혈 중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낙태약 상당수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약으로 추정되고, 정품이라 할지라도 의사 처방 없이 함부로 복용할 경우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엔 중국산 가짜 낙태약 4600만원어치를 임신부 159명에게 판 조직의 배송책이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마약 성분이 든 가짜 낙태약 330명 분량을 만들어 판 일당도 경찰에 적발됐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이 의학적으로 완벽하지 않고 자궁 내막 손상이나 출혈 과다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이 임신부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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