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매개체로 뎅기열 등 전염병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해 임신 여성에게 특히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 지카 바이러스가 남성 생식기인 고환의 크기를 줄어들게 해 남성의 생식 기능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미국 미주리 주의 워싱턴 대(세인트 루이스 소재)의 마이클 다이아몬드 박사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 기고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임신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생식 기능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가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실험용 수컷 쥐에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3주가 지나자, 쥐의 생식기관과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을 발견했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생식기의 일부인 정소의 주요부분을 구성하는 작은 관인 정세관(seminiferous tubule) 조직이 심하게 훼손돼 염증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고환의 크기가 최대 90% 줄어들었다. 정세관은 새로운 정액을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이 망가지자 정액 생성을 돕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인히빈’의 분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정자 수도 적어졌다.
지카 바이러스는 또 정세관 내벽에서 형성돼 정자 형성을 위해 영양을 공급하는 세르톨리세포(sertoli cell)에도 침투해 이를 파괴하는데, 이 세포는 재생되지 않아 한번 파괴되면 정자 생산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인간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지카 바이러스가 남성의 생식 기능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바이러스가 남성의 정액에 몇 주간 머무르는 것을 알아냈으며, 이는 고통과 출혈 증상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현재 지카 바이러스가 인간 남성에게 미치는 실제 영향을 ‘쥐 실험’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감염된 남성 환자들을 추적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