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에 대해선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히 갈린다. 열광하는 팬도 있고, 유혈 낭자한 모습에 혐오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종합격투기는 포르노와 다름없다" "스포츠가 아니라 잔혹쇼 이벤트"라는 혹평도 있다. 최근 방한한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40·브라질)에게 맞을 각오로 다짜고짜 물어봤다. "종합격투기가 스포츠냐?"
노게이라는 세계 종합격투기의 레전드로 불리는 인물이다. 2001년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고, 지난 2008년에는 UFC 헤비급 (잠정) 챔피언을 차지했다. 종합격투기 역사에서 프라이드와 UFC 헤비급 챔피언을 모두 차지한 이는 노게이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6월엔 UFC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느닷없는 질문에 노게이라는 기자의 눈을 한참 쳐다봤다. '이건 무슨 소리지'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주먹을 날리는 대신 "흐흐" 웃었다. 그는 "(종합격투기는) 당연히 스포츠"라고 짧게 답했다. 재차 물어봤다. "많은 이가 UFC 경기 시청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쪽에선 넘어진 상황에서도 상대를 때리는 방식이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하는데?" 노게이라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뺐다. "완벽한 준비를 마친 최고의 선수들만이 옥타곤(경기장)에 오를 수 있다. 내 경우를 얘기하자면 경기에 나서기 전까지 매일 9시간씩 지옥 훈련을 소화했지." 그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덧붙였다. "복싱이 위험해서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 단언컨대 UFC는 복싱보다 안전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있다."
그가 말한 '자료'란 지난해 캐나다 앨버타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였다. 2003~2013년 경기를 펼친 종합격투기 선수 1181명과 복서 550명을 비교한 결과 의식을 잃거나 실명하는 등 심각하게 다친 선수의 비율이 복싱 7.1%, 종합격투기 4.2%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 이 연구팀은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 자주 나오지만 코피이거나 얼굴 피부가 찢어진 경우가 많다"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 비율은 종합격투기보다 복싱이 더 높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현역에서 은퇴한 노게이라는 UFC 브라질 선수 관리 임원을 맡고 있다. 4세 때 유도를 배우기 시작해 이후 복싱, 주짓수를 익힌 그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2의 노게이라를 양성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에선 종합격투기가 이미 국민 스포츠로 대중화됐다"며 "20만명이 종합격투기를 배우고 있고, 그중 65%가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했다. 이어 "내 체육관에는 의사와 변호사들이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 운동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그는 지난 8월 리우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요즘엔 리우 인근 파벨라(빈민촌) 청소년 950명에게 무료로 종합격투기를 가르치고 있다.
노게이라는 "한국인 UFC 챔피언이 나오면 대중 인식도 달라질 걸로 본다"며 "아시아 최고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에서 조만간 그 일(챔피언 탄생)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