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 앨범을 발매한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카세트테이프로도 음반을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처음에는 한정판으로 냈지만, 팬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날로그 음반(音盤)' 하면 대개 LP판을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내 경우 초등학교 5학년 때 용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샀던 건, '변진섭 2집' 카세트테이프였다. 영미 팝 음악으로 나를 인도해준 영국 듀오 '왬(Wham)!'의 음반 역시 카세트테이프였다. 시내 대로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길거리 테이프'나 '리어카 테이프'로 불렸던 불법 복제 테이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들을 골라서 녹음해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로 건네주곤 했던 노래 모음집도 카세트테이프에 얽힌 추억들이다.
하지만 CD 시대가 되면서 예전에 애정을 갖고 모았던 카세트테이프들은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10여 년 전 군에서 제대한 뒤 방을 정리하다가 창고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카세트테이프와 고장 난 휴대용 워크맨을 고물 장수 아저씨에게 모두 헐값에 넘겼다.
2000년대 말부터 'LP 부활' 조짐이 보이더니, 2~3년 전부터는 음악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카세트테이프도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유행에 민감한 DJ나 힙합 가수들도 카세트테이프로 음반을 내놓고 있다.
집은 물론이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장착한 자동차도 찾기 어려운 요즘, 이런 카세트테이프를 도대체 어디서 재생하는 걸까? 정답은 '재생하지 않는다'에 가까울지 모른다. 요즘은 CD나 LP를 구입하는 애호가들도 대부분 온라인 음원(音源)을 다운받거나 실시간으로 재생해주는 스트리밍 서비스(streaming service)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다. 이제 실물 음반은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머그컵처럼 캐릭터 상품이나 일종의 '굿즈(goods·대중문화 상품)'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샤이니가 발매한 카세트테이프 역시 팬들을 위한 상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정리 정돈을 잘하려면 필요 없는 물건부터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런데 돌고 도는 유행을 보고 있으면 요즘에는 함부로 물건을 버려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LP를 재생해주는 턴테이블을 아쉬워했던 것처럼, 요즘엔 고물 장수 아저씨에게 넘겼던 카세트테이프 생각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