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과 전문가마다 우리나라 경제에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수출, 투자, 고용, 내수, 대기업 모두 내리막길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경제 약화까지 겹쳐 2017년 한국 경제는 IMF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최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첩첩산중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에 '구원투수'는 없을까. 정권 말기인 정부와 공무원에게는 난망(難望)이다. 반(反)기업 정서와 경제 민주화론에 주눅 든 기업인들은 손사래를 친다. 국회 권력 가운데 과반 의석을 장악한 '거야(巨野)'가 주인공이 되면 어떨까. "이번 정부 경제 성적표가 좋으면 정권 교체가 어렵다"며 정부의 발목을 직·간접으로 잡아온 야권이 실사구시(實事求是) 관점에서 구태(舊態)에 종지부를 찍고 '경제 활력' 재건을 목표로 뛰는 선봉장이 되는 것이다.
일자리와 신산업 육성에 직결되는 관련 법안만 '거야'가 신속하게 처리해도 상당한 선순환이 확실시된다. 일례로 '의료 영리화'를 위한 법이란 누명 아래 5년째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못 받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통과되면, 관광·의료·금융·교육·소프트웨어 같은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에서 2030년까지 일자리가 최대 69만개 생겨 청년 실업난과 고용 절벽 해소에 숨통이 트인다.
올 5월 말 발의된 후 6개월째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된 '규제 프리존 특별법'이 발효하면 드론(무인 항공기)과 에너지 신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삼은 전남(2만5000개), 탄소 산업과 농생명을 선정한 전북(2만1000개)을 포함해 전국에 일자리 21만개가 2020년까지 창출된다고 한다(한국경제연구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표심(票心) 경쟁을 벌이는 전남·북의 도지사와 광주시장까지 간절히 원하는 이 법을 '거야'가 막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조선·해운·철강 같은 한계업종 구조조정에서도 '거야'가 작심하고 정부·여당보다 선제적으로 해법 마련에 나선다면 많은 이해 당사자가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언감생심이지만 기업인의 기(氣)를 살리고 기업 활동을 돕는 규제 완화 법안까지 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올 4월 총선에서는 압승한 정당이 한 곳도 없었다. 이는 여야 어느 당이라도 내년 12월 대선까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신임을 받는 곳이 수권 세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감을 잃고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 회복을 견인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反轉)시킨다면, 해당 정당 자신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특히 야당으로선 '경제 회생의 훼방꾼'이라는 비난을 잠재우고 행정부·기업과 교감을 통해 '집권 예행연습'까지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시각이 확 달라져 내년 대선 승리가 '따 놓은 당상'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한국 경제 병(病)을 치유하려면 정부나 기업 등의 경제 논리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야권의 발상 전환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금이야말로 '거야'가 맹목적 비판과 폐쇄적 명분론을 접고 책임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 나라와 국민, 다음 세대를 위해 값진 기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골든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