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영국의 런던동물원에서 키 213cm, 체중 184kg의 거대한 실버백(silverback) 고릴라가 탈출해, 동물원 관광객들이 오히려 ‘우리’에 갇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13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쿰부카’라 불리는 이 고릴라는 관람객들의 놀림에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탈출하기 불과 몇 분 전, 관광객들은 고릴라를 괴롭히거나 약 올리는 몸짓·소리를 내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18세의 이 수컷 고릴라는 이미 흥분했고, 유리로 된 우리를 박살 내고 탈출했다. 이 유리는 쿰부카가 도망치기 전부터 이미 금이 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클로이 휴즈는 쿰부카가 우리를 벗어나던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쿰부카를 약 올리고 있었고, 쿰부카는 잠깐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밧줄 위로 올라가 유리를 박살 냈다. 매우 무서웠다”고 전했다.
탈출한 ‘쿰부카’는 90분가량 이 동물원 안을 배회하다, 반(半)자동식 총을 휘두르는 무장 경찰·헬리콥터의 필사적인 추적으로 인해 붙잡혔다. 쿰부카가 마취총에 맞아 쓰러지기까지, 방문객들은 안전을 위해 동물원 내 나비 우리·구내 식당 등에 갇혀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 사건으로 인한 방문객이나 다른 동물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고릴라 우리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사건 발생 몇 주 전에, 이미 몇몇 방문객이 우리를 둘러싼 유리가 파손됐다고 신고했다고.
야생동물의 방사를 주장하는 ‘본 프리(Born Free) 재단의 직원인 크리스 드래이퍼는 “이 사건은 위험한 야생동물을 가둬 놓았을 때의 위험성을 상기시켰다”며, 쿰부카 탈출의 배경과 동물원의 안전 절차에 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런던동물원의 포유류 사육사 맬컴 피츠패트릭은 당시 ‘고릴라 존’에는 몇 명 없었으며, 고릴라가 배회하던 ‘안전 지역’에는 100명가량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