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하던 이금로 특임검사팀 검사와 수사관들이 압수 수색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D빌라를 찾았다. 이 빌라는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뇌물로 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가 배달되는 곳이었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제주도에 있는 김 대표의 집과 서울 한남동 주택, 반포동 D빌라 등 3곳에 대한 동시 압수 수색에 나섰다. 압수 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빌라 건물로 들어서려던 수사팀 관계자들은 건물 관리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여기 김정주라는 사람은 안 산다. (영장에 표기된 집은) 대검 차장님 댁이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문제의 빌라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총장 옆에서… 통장 2개 들고 해명 -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차장검사가 김정주 NXC 대표의 아버지와 부동산 거래를 한 것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면서 통장 두 개를 들어 보이고 있다.

13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大檢)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날의 상황을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설명하면서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 당시 보고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그런 얘기는 들었는데 당시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취재하면서 (나도 알게 돼) 감찰본부에 진상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특임검사도 "보고 못 받았다"

이금로 특임검사(인천지검장)도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압수 수색 상황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는데 한 달 전쯤 언론사 기자가 '시중 정보지에 이런 말이 돈다'고 물어와서 알게 됐다"며 "압수 수색을 지휘한 부장검사에게 물어봤더니, 부장검사가 처음엔 '저도 모른다'고 했다가 한참을 생각한 후 '보고받은 기억이 난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은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김수남 총장은 특임검사팀을 별도로 꾸려 수사에 투입했다. 특임검사팀은 7월 29일 진 전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김정주 대표는 2003년, 2006년 등 여러 차례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서 검찰에 영향력을 발휘해줄 수 있는 피고인(진 전 검사장)과 더욱 가깝게 사귈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 사건에서 수사팀 실무자들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정주 대표의 주거지로 의심한 장소가 대검 차장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두 달 가까이 검찰총장과 특임검사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정주 NXC 대표는 누구?]

그러나 한 현직 검사장은 "압수 수색은 내부적으로 결과 보고를 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특임검사팀 수사 같은 중대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 수색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금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검찰 수사관이 (진 전 검사장과)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기업인 집에 갔고, 거기 검찰 간부가 살고 있는데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나. 누가 검찰에 자정(自淨)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빌라에는 김정주 대표가 살았다"

반포동 D빌라는 1991년 9월 김정주 대표의 부친인 김교창(79) 변호사가 9억8000만원을 주고 사서 2006년 10월 20일 김주현 대검 차장(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에게 11억1000만원을 받고 팔기로 계약했다. 김 대검 차장의 의뢰로 계약을 중개한 R부동산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빌라 면적이 70평(전용면적은 50평) 정도인데, 실제로는 복층으로 개조되면서 85평쯤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쪽 중개업자인 H부동산 측은 "매도인(김 변호사)은 12억원에 팔고 싶어 했는데 매수인(김 대검 차장)이 11억원을 불러서 가격이 11억1000만원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빌라 매매 거래는 김 변호사와 김 대검 차장 사이에 이뤄졌지만, 거래 당시 이 빌라에는 김정주 대표가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빌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2005년 4월 경기도 양평으로 '전거(轉居)'한 것으로 돼 있다. 이사를 했다는 뜻이다. NXC의 법인 등기부에는 김 대표가 2006년 3월부터 12월까지 이 집에 주소를 둔 것으로 나온다. 넥슨 관계자는 본지에 "당시 그 빌라에서 직원들 회식도 했었다"고 했고, 김 변호사도 "아들이 그때 잠깐 살았다"고 했다.

◇김주현 "김정주는 모르는 사람"

김주현 대검 차장은 이날 국감에서 빌라 매매계약서와 송금증, 대출 통장 등을 제시하면서 "매매 과정에서 김정주라는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고 모르는 사람이다. 빌라를 부정하게 취득한 적이 결코 없다"고 했다. 김 차장은 "빌라 매입 대금은 90년대 초 분양받은 경기도 안양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H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대출받아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별도의 자료에서 "국감에서 (야당이) 아무런 근거나 사실 확인도 없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