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이 매년 늘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권이나 여행 상품을 1인용으로 구매한 '혼행족'은 20만6000명으로 2011년 4만6000명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한 여행·숙박 예약 사이트에서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혼자 항공권이나 여행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연평균 54% 증가했다.
혼행족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단연 일본이 많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은 어디어디 있을까?
가을 정취 느끼고, 사진도 찍고…손꼽히는 전국 억새 여행지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했다지만, 바람 불면 흔들리는 게 비단 갈대만은 아닐 것이다. 가을, 인간을 흔드는 풍경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시간이 왔다. 한국관광공사가 갈대와 억새, 맛 기행을 테마로 10월의 명소 6곳을 선정했다.
전남 해남의 고천암호는 이맘때 광활한 갈대밭의 황금빛으로 부유하다. 해남읍 부호리에서 화산면 연곡리까지 펼쳐진 갈대밭은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먹거리도 잔뜩이다. 해남 햇김에 밥 한 숟가락을 얹은 뒤 고소한 삼치회와 묵은 김치를 올려 싸먹는 삼치삼합은 갈대 여행을 완성하는 별미. 1000년 고찰 대흥사와 장춘숲길도 가을 운치를 더한다…
천주교 역사가 숨쉬는 '한국의 산티아고'당진 버그내 순례길
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 안에 복원된 김대건 신부의 생가 앞에 앉아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솔뫼성지를 "한국 교회 초기에 주님의 영광을 드러낸 순교 성지"로 표현했다. 교황 방문 이후 솔뫼성지를 방문하는 사람은 주말을 기준으로 평균 1500여명. 교황이 오기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성지에는 솔뫼라는 이름에 걸맞게 300년 수령의 소나무 30여 그루가 솔내음을 풍긴다.
'신앙의 못자리'로 일컬어지는 솔뫼성지는 19세기 충청도 천주교 순교자들의 역사가 깃든 버그내 순례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당진시는 2010년부터 총 60억원을 들여 13.3 ㎞(4시간 30분 코스)의 순례길과 주요 유적지를 정비했다. 얼마 전 솔뫼성지에서 만난 이용호 신부는 "800㎞에 이르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하면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버그내 순례길에 담긴 순교자들의 정신만큼은 지극히 숭고하다"고 말했다…
메타세쿼이아 숲 속에서 힐링을…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교통의 중심지이자 과학의 메카인 대전에서 자연 여행지를 찾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조금 눈을 돌리면 다양한 자연 여행지를 만난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답게 산길 133km를 이어 만든 대전둘레산길, 호반을 따라 걷는 대청호반길, 곳곳에 들어앉은 드넓은 공원이 모두 도심에서 30~40분이면 닿는 자연 여행지다.
서구 장안로에 자리한 장태산자연휴양림도 그중 하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살아 있는 화석 식물'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알려졌다. 휴양림 전체 면적 82ha 중 20여 ha가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덕분에 숲으로 들어서면 나무 장벽을 두른 듯 서늘한 공기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바다와 운하… 도심 속 운치까지낭만 가득한 곳, 포항
포항이 아름다운 것은 도심 한가운데 보석이 있기 때문이다. 햇살이 눈부신 영일대해수욕장, 낭만 가득한 운하, 호젓하게 걷기 좋은 오어지둘레길까지 마음을 풀어놓고 쉴 곳이 많다.
지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영일대해수욕장은 1975년 북부해수욕장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2013년, 국내 최초 해상 누각 영일대가 만들어진 뒤 이름이 바뀌었다. 경복궁 경회루를 모델로 삼은 영일대 2층에 올라 바다를 보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영일대해수욕장 부근에는 도심 속 추억과 낭만이 숨 쉬는 환호공원이 있다. 중앙공원, 체육공원, 해변공원 등 6개 공원과 야생화동산으로 꾸며졌다. 중앙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영일만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백제 마지막 도읍의 정수(精髓)백제의 달밤, 부여 야경
부여의 밤을 조감하려면 부소산성으로 가면 된다. 부소는 백제의 언어로 소나무를 뜻한다. 소나무 가득한 완만한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반월루가 나온다. 백마강과 부여 시가지가 펼쳐지는 누각으로 1972년 세웠다. 건물의 내력은 내세울 것 없으나 전망은 그렇지가 않다. 오른편으로 여인의 화려한 머리 장식처럼 시내가 반짝이고, 반대쪽에 백마강이 윤기 흐르는 흑발로 펼쳐져 있다.
부여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궁남지. 경주 월지보다 40년 먼저 조성된 국내 최고(最古)의 인공 연못이다. 서동공원 입구로 들어가 사방의 연못을 지나 물가에 늘어선 물푸레나무의 머리카락을 한참 젖히다 보면 야화의 중심에 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