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 하면 '온돌'을 자동으로 떠올리는 우리에게 카펫은 왠지 우리 문화권 밖에 있는 장식물 같다. 그런데 일본에선 이름에 '조선(朝鮮)'을 단 카펫이 있다. 그것도 16세기부터 쓰였단다. 교토의 전통 축제인 기온마쓰리 때 '야마보코'라 불리는 수레를 감싸는 장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선철(朝鮮綴)'이다. 풀이하자면 '조선에서 온 철직(綴織·직조 기법의 일종)으로 짠 깔개'란 뜻이다. 이 카펫은 일본에서는 유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한국에선 이름조차 생소할 정도로 안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조선철은 한국 자수박물관에서 소장한 두 점밖에 없다.

정작 우리는 몰랐던 우리 카펫 '조선철'을 국내 최초로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삼성로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조선철을 아시나요'전이다. 일본 교토 기온재단의 고문 요시다 고지로씨가 소장한 조선철 36점이 출품된다. 요시다 고문은 1970년 처음 조선철의 존재를 안 뒤 46년간 조선철을 연구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18~19세기 초 제작된 작품이다.

면사를 날실로, 짐승 털을 씨실로 짠 카펫 위로 학·봉황·모란·까치·호랑이 등 전통 문양이 수놓아졌다. 청화백자에서 자주 보이는 능화문(菱花紋·마름모가 이어진 무늬) 안에 나비를 그린 작품, 중국 고사를 테마로 한 작품도 있다. 먹이나 물감으로 그린 그림엔 화려한 색감을 지닌 중동이나 서양 카펫과는 달리 수묵담채화처럼 은은한 색이 펼쳐진다.

요시다 고문은 "조선철은 조선 왕실에서 시코쿠 지역 다이묘들에게 왜구 침략에 대해 대책을 세워준 것에 대해 답례품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며, 16세기에 총 12회에 걸쳐 일본에 간 조선통신사들이 전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조선철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법으로 짠 카펫으로 그 자체가 조선의 미(美)"라며 "정작 원산국인 한반도에선 전래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전시를 열게 돼 기쁘다"고 했다. 내년 2월 28일까지. (02)3463-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