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하루에도 몇천개씩 생겨났다 사라진다. 분명한 것은 그 가운데에도 에비앙, 코카콜라, 루이뷔통 등 우리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것. 이들의 힘은 브랜드 스토리에 있다. 조선비즈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돈과 직결되는 ‘스토리셀링’ 시대를 맞아 중국의 저명한 마케터 가오펑이 쓴 책 ‘이야기 자본의 힘’의 핵심 컨텐츠를 공유해서 스토리셀링 성공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에비앙은 단순한 물이 아닌 생활방식이라고 광고한다.

◆ 평범한 물 한 병이 1만7000원 가치의 프리미엄 상품이 된 비결

어떻게 해야 생수 한 병의 가격을 맥주나 포도주 가격으로 팔 수 있을까? 많은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야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들은 생수에 전설적이고 낭만적이며 신비로운 이야기를 가미함으로써 프리미엄 생수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중에는 한 병에 백 위안(한화 약 1만7000원)이 훌쩍 넘는 생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주변에서 프리미엄 생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에비앙(Evian)과 보스(Voss) 등과 같은 프리미엄 생수들 대부분이 수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에비앙 생수는 알프스 산의 자연수로, 맑고 깨끗한 생수라는 명성으로 세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비앙 로고 하단에 적힌 ‘자연 온천수’는 맑고 깨끗한 천연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인 에비앙은 뒤로는 알프스 산을 등지고 있고, 앞으로는 레만 호수(Lake Leman)를 마주하고 있다. 그곳 고산에서 녹은 눈과 산지의 빗물이 산맥과 오지를 흐르며 15년이라는 자연 여과를 거쳐 만들어진 물이 바로 에비앙 생수다. 이 기나긴 시간 동안 천연 여과를 거친 에비앙 광천수에는 깨끗하고 순수한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인체에 필요한 칼슘, 마그네슘, 탄산수소염 등이 함유된 에비앙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건강한 생수로 불린다. 설령 에비앙이 대자연에서 만들어진 기적이자 보물이라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처음부터 많은 돈을 들여 사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만약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면 에비앙은 최고의 프리미엄 생수가 될 수 있었을까?

◆ 나폴레옹 3세도 반한 ‘귀족의 물’ 에비앙…의사가 직접 처방해

1789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신장결석을 앓고 있던 레세르 후작은 긴 투병 생활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에비앙 마을을 산책하던 레세르는 우연히 어느 집 화원에서 나오는 광천수를 얻게 됐다. 그런데 그 물을 꾸준히 마신 후 믿기 힘든 일이 그에게 벌어졌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신장결석이 기적처럼 완치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비앙 마을에는 물을 직접 마셔보고 이 기적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에비앙 물을 처방해주는 의사가 생겨났고, 나폴레옹 3세와 황후도 에비앙 물에 홀딱 반했다.

1864년 나폴레옹 3세는 공식적으로 이 작은 마을에 ‘에비앙’이라는 이름을 하사했고, 1878년 프랑스 의학아카데미는 에비앙 생수의 뛰어난 치료 효과를 인정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여성들은 에비앙이 치료 효과는 물론이고, 뛰어난 미용 효과도 있다는 데 열광했다. 에비앙 생수를 얼굴에 뿌리면 피부 윤기와 탄력이 좋아지는 데다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 가장 안전한 천연 미용 제품이라는 것이다.

‘젊게 살자’란 메세지를 담은 에비앙 캠페인.

이때부터 에비앙 생수는 천연 광천수 중에서도 ‘귀족’이라고 불렸다. 의학계의 찬사와 함께 에비앙은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건강한 생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에비앙의 브랜드 스토리는 빠르게 퍼져 나갔고 에비앙은 생수계의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되었다. 에비앙의 가격은 몇 천 원, 심지어 몇 만 원이나 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은 에비앙은 그만 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 누구나 마시는 물이기에, 더욱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 커

에비앙은 그것이 단순한 물이 아닌 일종의 생활방식이라고 광고한다.

에비앙의 주요 고객층은 생활수준을 높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이다. 에비앙의 고급화된 포지셔닝, 건강하고 깨끗한 고품질이라는 이미지는 그들의 소비 심리와 니즈에 딱 맞아떨어졌다.

생수 한 병 한 병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신은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물에 담긴 신비한 이야기를 통해 심리적.감정적 경험과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에 따라 그 소비자층도 달라진다.

에비앙은 ‘당신이 마시는 것은 물이 아니라, 에비앙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생수 한 병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해지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이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에비앙을 찾는다. 이것이 바로 에비앙이 가진,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자 자본이다.

이야기 자본의 힘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모노폴리언|284쪽|1만4000원

“소비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이 시대에 고유한 이야기 자본이 없다는 것은 불행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이 책은 스토리의 모든 것을 다뤘다. ‘하수는 광고로 설득하지만, 고수는 이야기로 매혹한다’는 사실에 천착해 대표적인 글로벌 스토리의 생성, 전파의 비법과 유무형 효과를 분석했다. 원제가 ‘The Power of storyselling’인 것은 스토리가 단순히 인구에 회자되는 텔링(telling)이 아니라 상품이 팔리는 결정적 이유가 되는 셀링(selling) 포인트라서 그렇다. 코카콜라, 루이비통, 리바이스, 바비 등 세계적인 기업이나 상품과 거기에 얽힌 스토리들이 분석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