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ㅣ연호탁 지음ㅣ글항아리ㅣ648쪽ㅣ3만2000원

755년 반란을 일으켜 당나라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간 절도사 안녹산은 보기 드문 거구였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궁에서 자주 밤을 보내 양귀비와 추문이 날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둘은 같은 서역 출신이었다. 오늘날 중국 쓰촨성에 해당하는 양귀비의 고향은 서역에서 이주한 종족들이 모여 사는 이민족의 땅. 안녹산의 아버지는 소그드인, 어머니는 돌궐족이었다. 저자는 안녹산의 성 '안'도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 부하라의 중국식 이름인 '안국'(安國)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원전 8세기부터 몽골 초원에서 흑해에 이르는 드넓은 초원, 중앙아시아를 누볐던 흉노와 월지, 돌궐 등 유목 집단들은 중국과 유럽 제국까지 뒤흔들며 흥미진진한 역사를 만들었다. 영어학과 중앙아시아사 박사인 저자는 20년간 그곳을 여행하며 유목민들의 풍속과 언어를 연구해 풀어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