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여·62)씨는 얼마 전 며느리가 후식으로 사과를 깎자 기겁하며 말렸다. 김씨 내외는 지난해부터 과일은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씻은 뒤 껍질을 깎지 않고 통째로 먹고 있다. 음식 쓰레기 양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부터 가구별로 음식 쓰레기 무게를 재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무선 인식 태그가 있는 쓰레기통에 가구별 인식 카드를 찍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면 무게가 화면에 찍힌다. 1㎏당 100원이다. 김씨는 "매달 내는 돈은 1000원 정도로 많지는 않다"면서도 "음식을 버릴 때마다 무게가 뜨니 밥 먹으면서도 '남기면 다 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부가 음식 쓰레기통에 카드를 대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니 무게가 찍힌다.

부피(L)가 아닌 무게에 따라 음식 쓰레기 수수료를 물리는 동네가 늘면서 음식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음식을 욱여넣을 수 있는 종량제 봉투에 비해 심리적으로 음식 쓰레기를 줄이도록 하는 효과가 크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음식 쓰레기 무게를 재는 기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현재 노원구 전체 가구의 약 30%가 무게를 기준으로 음식 쓰레기 수수료를 내고 있다. 서울 송파구나 금천구 일부 지역에서도 이런 방식을 쓰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월평균 1500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음식 쓰레기 줄이기의 핵심은 수분 관리다. 물기만 잘 짜도 무게를 70% 이상 줄일 수 있다.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음식 쓰레기를 펼쳐놓는 풍경도 쉽게 볼 수 있다. 신문지가 물기를 빨리 흡수하기 때문이다.

20만원대의 음식 쓰레기 건조기를 구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양파망에 음식을 담아 하루 정도 물기를 뺀 뒤 내다버리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부끼리 음식 쓰레기 잘 버리는 요령도 주고받는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주부는 "양이 적을 때는 톱밥과 음식 쓰레기를 2대1로 섞어 발효시키면 퇴비로 쓸 수 있다"며 "음식 쓰레기가 많이 나온 날만 돈을 내고 버린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에 사는 김춘심(66)씨는 "장을 볼 때 버리는 게 많은 배추, 대파, 감자 같은 식재료는 피하게 된다"며 "여름철에 수박 껍데기도 하얀 부분은 버리지 않고 깍두기로 담가 먹는다"고 했다.

실제로 무게에 따라 음식 쓰레기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초부터 노원구에서 이 방식을 도입한 아파트 40곳을 조사했더니,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음식 쓰레기 배출량이 30.9% 줄었다. 김재훈 노원구청 음식물자원화팀장은 "처음에 불편하다고 하던 주민들도 생활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며 "현재 656대인 무선 카드 인식기 겸 저울을 올해 말까지 1400대로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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