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늘 부족한 직장인에게 대학원 진학은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특히 경영전문대학원(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MBA)은 각종 팀 과제 등으로 학업량이 만만치 않다는 인식이 있어 마음의 장벽이 더 크다. 실제로 그럴까? 직장과 MBA 학업을 병행하는 선배들은 "목표가 뚜렷하다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수열 기자·조혜원 객원기자

이화여대 Frontier MBA|김지은 롯데백화점 해외 패션 부문장

다양한 각도에서 경영 이해하는 안목 생겨

김지은(47) 롯데백화점 해외 패션 부문장은 지난 2014년 롯데백화점 최초로 영업 관리직 여성 임원이 됐다. 그전엔 페라가모코리아·루이뷔통코리아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에서 재직하다 2012년 6월 롯데백화점으로 옮겼다. 유능한 여성 리더로 바쁜 업무 스케줄을 소화하던 그가 지난봄부터는 더 분주해졌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김 부문장은 “대기업 임원이 되면서 경영·재무·마케팅부터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껴 대학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여러 학교를 살피던 중 ‘첨단 기술을 이해하는 여성 경영 리더 양성’이라는 이화여대 MBA의 목표가 와 닿았다”고 했다. 이화여대에는 ▲EWHA MBA ▲Frontier MBA ▲금융 MBA ▲Healthcare MBA ▲빅데이터 MBA ▲테크노 MBA 등 다양한 MBA 과정이 있는데, 김 부문장은 직장인을 위한 야간 과정인 Frontier MBA를 택했다. 현재 그는 두 번째 학기를 이수 중이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근무 중인 김 부문장은 매주 월·수·금요일 업무가 끝난 뒤 자동차로 30여 분 걸리는 이화여대로 등교한다. 이곳에서 오후 7시부터 9시 45분까지 수업을 듣고 압구정동에 위치한 집으로 간다. 이번 학기엔 ▲마케팅 관리 ▲재무 관리 ▲데이터 베이스 관리론 ▲경영자를 위한 테크놀로지 입문 등을 수강하고 있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수업 예·복습 분량이나 과제에 대한 압박감이 작지 않다. 김 부문장의 경우 7세 된 자녀가 있어 육아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야 한다. 지난 학기엔 주말 수업까지 신청하는 바람에 아이를 데리고 수업에 들어간 적도 두 번이나 있다. 그는 “아이가 강의를 집중해 듣는 엄마를 보더니 옆에서 혼자 조용히 그림을 그리더라”고 기억했다. 학기 중 부담을 덜기 위해 계절학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함께 수업을 받는 동기들과 의논하거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난 학기 과제를 완수하는 과정이 보람 있었다”고 했다.

그는 MBA를 시작한 뒤 업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수업 중 끊임없이 최신 뉴스를 다루면서, 다방면의 기사를 분석적으로 읽게 됐다. 업무 미팅에선 회계학 용어가 나올 때 이해가 깊어졌다. 간단한 정보도 흘려보내지 않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는 “회사 업무에서 성과를 분석하거나 사업성을 검토할 때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는 안목이 생긴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했다.

김 부문장은 “급변하는 유통업계 상황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을 갖춘 글로벌 경영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며 “앞으로 MBA를 통해 전통적 경영학은 물론,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Korea MBA|조우태 현대오일뱅크 제휴마케팅팀 차장

업무에 바로 활용할 만큼 수업 유용해

“직급이 올라갈수록 재무나 회계, 생산 등 다른 부서의 업무 분야를 잘 알아야겠더라고요. 순발력 있는 업무대응과 더욱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학문적 지식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조우태(37) 현대오일뱅크 제휴마케팅팀 차장은 기업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고 싶어 MBA 진학을 결심했다. 지난해 회사의 인재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대학원 진학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고민이 시작됐다. ▲학문적 깊이 ▲동문 네트워크 ▲교수진 ▲평판 등 다양한 점을 고려했을 때 정답은 고려대의 Korea MBA(이하 KMBA)였다. 그는 “KMBA에 대한 종합 점수가 가장 높았다”며 “회사에서 지원한 대상자 중 많은 사람이 고려대 MBA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KMBA에 첫발을 내딛은 조 차장은 금세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다. 높은 목표를 가진 대학원 동기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한 것이다. 그는 “만만치 않은 학비를 스스로 부담하면서까지 공부하는 원우들을 보면 MBA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업무와 MBA 과정을 병행하는 일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업 내용은 업무에 곧바로 적용할 만큼 유용했다. 의사결정 방법론을 배우는 ‘엑셀을 활용한 의사결정’ 수업이 대표적이다.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 방정식 등 다양한 접근법을 공부하는데 실제 업무 상황에 필요한 전략을 알려주는 식의 수업이었다. 졸업생들도 이 수업을 듣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아올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재무회계’ 수업을 통해 회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도 했다. 이 수업을 통해 미지급금, 충당금 등 다양한 회계 용어를 익히고 재무·회계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동문 네트워크 덕분에 배우는 점도 많다. 대기업·중소기업 출신의 회사원, 사업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교류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조 차장은 주류회사에 근무하는 원우에게 소비재 마케팅과 고객 관리 방식을 듣고 회사 업무에 접목시키기도 했다. 마음 맞는 팀원을 모아 창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아리가 활성화돼 있고 교수님도 수업에서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해요. 2교시까지 정규 수업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하며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3교시’라고 부를 정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배우는 점이 많죠. 덕분에 대학교 신입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과 친해졌어요. 한 학년 정원이 약 200명이니 1년 차이 선후배, 동기들까지 약 600명을 졸업 전에 만날 수 있습니다. 배운 점을 잘 활용해 나중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책임자가 되겠습니다.”

제작 협조: 건국대/ 고려대/ 서울대/ 숙명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