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는 '정부도 안 알려준다'는 생존 배낭 인증샷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온다. 생존 배낭은 '비상 배낭' 또는 '72시간 생존 배낭'이라고도 부른다. 재난이 발생한 뒤 2~3일을 버티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재난시대 생존법'을 펴낸 우승엽 도시재난연구소 소장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일본 등에서 판매하는 생존 배낭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10만원이 넘는 생존 가방은 비싸고,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상식량이 너무 달거나 짜고,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 또한 체온 유지용품이 거의 없다. 편용우 교수 역시 "시중에 판매하는 생존 배낭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물로 구성될 수 있다"며 "개개인이 재해 상황을 '상상'해서 꼭 필요한 물품으로 가방을 채우라"고 했다.
우 소장은 "집에 있는 배낭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상식량과 '천원숍' 같은 데서 살 수 있는 생존용품을 구입해 넣으면 수입 생존 배낭 속 비슷한 품목을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생존 배낭은 아이용을 포함해 식구 수대로 준비한다. 품목별로 비상식량·체온 보존용품·비상용품으로 구성한다.
'비상식량'은 생수와 건빵·초콜릿·참치캔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다. 도쿄도에서 배포한 방재책자 '도쿄방재'에 나온 생존 배낭에는 인스턴트 라면이 있지만 우 소장은 "라면은 비상식량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생존 배낭에 들어가는 간단한 먹을거리는 말 그대로 2~3일만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이라고 했다.
'체온 보존용품'은 바람막이 재킷·보온담요·핫팩·머리를 보호하는 모자나 비니 등이다. '비상용품'은 구조신호를 보내고 생존에 필요한 호루라기·손전등·나침반·라디오 등이다. 여성은 여성용품을, 환자라면 평소 먹는 약도 챙길 것. "너무 욕심내면 생존 배낭이 무거워져 재빨리 대피하는데 힘들고 이동하다 지칠 수 있어요. 필요한 것만 넣되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진 발생 시 행동법
1. 집·학교·직장의 안전 상태 미리 파악하고, 사전 대피로 알아두기. '○○공원벤치''학교 철봉 근처' 등 유사 시 가족끼리 모이는 장소를 정한다.
2. 생존 배낭은 반드시 가족 수대로 준비한 뒤 손길이 바로 닿는 곳에 배치하기.집은 현관 옆, 사무실은 책상 아래 또는 사물함이 적당하다.
3. 벽돌·블록으로 만든 건물, 오래된 건물일 경우 지진이 감지되면 위험을 무릅쓰고 뛰쳐나간다.
4. 바로 대피가 힘들 때 탁자 밑에 숨는 건 의미 없다. 차라리 화장실로! 화장실은격자형 콘크리트 구조라 붕괴 시 안전하고, 물이 있어 비상 시 버틸 수 있다.
5. 건물 위에서 깨진 유리창, 간판, 벽돌 등이 떨어질 수 있으니 대피 시 반드시방석이나 가방 등으로 머리를 보호한다.
6.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이 안전하다. 맨발, 슬리퍼, 하이힐은 위험하니 반드시운동화를 착용한다.
7.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왔다면 공터나 학교로 대피한다.
8. 대피 후 가족, 지인에게 연락하기. 휴대전화 음성통화가 안 되더라도 문자나SNS 시도하기. 이조차 먹통이면 유선(공중)전화로 전화한다.
9. 대피소에서 며칠 동안 밥, 물, 모포 등은 제대로 지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야한다. 사전에 챙겨온 비상 배낭의 용품을 아껴서 사용한다.
10. 평소 플래시·무전기 앱 등 재난 발생 시 유용한 앱 저장해두기. 온 가족이 야외에서 '생존 배낭'만으로 캠핑을 체험해보는 것도 비상 시 생존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우승엽 도시재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