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관심 '노벨문학상'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의 유산을 기반으로, 생리의학·물리학·화학·평화·문학·경제학 등 6개 분야에서 1년간 가장 높은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선정, 상금 800만크로나(한화 약 10억 2,416만원, 2016년 9월 29일 오전 기준)와 함께 시상한다. 1901년 시작된 노벨상은 역사가 깊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상으로 여긴다.

올해 노벨상은 10월 3일 생리의학상부터 물리학상(4일)·화학상(5일)·평화상(7일)·경제학상(10일) 수상자를 잇달아 발표한다. 문학상 발표는 10월 13일이다.

문학이 대중에게 친숙한 분야이기도 한 데다 수상자가 받는 상금이 가장 많기 때문에 노벨 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노벨상은 수상자가 다수이면 상금을 나눠 갖는데, 문학상은 대체로 단독 수상이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맞힌 '래드브록스'

노벨 문학상은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어 공식적인 수상 후보들은 알 길이 없다. 영국의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Ladbrokes)’에서 공개하는 유력 수상 후보 순위가 수상자를 예측하는 좋은 척도다. 래드브록스에서 배당률이 높은 순서가 곧 유력 수상 후보 순위다.

문학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래드브록스에 꼽힌 순위를 관심있게 본다. 래드브록스의 적중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만 살펴봐도 상위권에 꼽힌 작가나 시인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잠깐! 알고 가기
'래드브록스'는 어떤 곳?

래드브록스는 영국에서 1886년 문을 연 이래 온라인 사이트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 2100여개 오프라인 가게도 운영하며 세계적인 도박 업체로 성장했다. 도박 분야는 스포츠를 비롯해 정치, 문화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최근에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내기에 걸었고, ‘탈퇴한다’에 도박사들이 몰려 결과를 맞혔다.

노벨문학상의 경우 래드브록스 소속 직원들이 1년간 전 세계의 서평과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추적한 정보로 명단을 작성한 후 임의로 배당률을 산정해 공개하면 도박사들이 베팅하고, 실시간으로 배당률이 변한다.

올해도 래드브록스에 배당률에 따른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순위가 공개돼 있다. 이름이 알려진 스타 문인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문인도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된 문인과 그의 작품을 소개한다.

다음 순위는 2016년 9월 29일 오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배당률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중이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경우 문인 이름과 저서 제목을 영문 표기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2년부터 2년 연속 래드브록스에서 가장 높은 베팅 순위를 기록했고, 2014년과 지난해는 2순위였다. 올해도 5대 1의 배당률을 보이며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

1989년 ‘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イの森, 첫 출간 당시 제목은 ‘상실의 시대’)’을 시작으로 ‘해변의 카프카(海辺のカフカ)’, ‘1Q84(いちきゅうはちよん)’, ‘여자 없는 남자들(女のいない男たち)’ 등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 구역에 자리 잡는다. ‘하루키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팬층도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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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시인 아도니스는 배당률 6대 1로 하루키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고은 시인과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에 수년째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AP통신이 ‘스웨덴의 노벨상 관측통이 시인 아도니스와 고은을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했다’고 보도해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수상자는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였다.

["고은·아도니스 시인,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그는 1980년대 말까지 총 14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는 ‘바람속의 잎새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시집만을 찾아볼 수 있다. 아랍어로 시를 쓰지만, 전통적인 아랍의 시 형식을 부정하고, 서구 시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로스는 배당률 7대 1을 보인다. 1998년 그의 22번째 소설 ‘미국의 목가(American Pastoral)’로 미국 작가 퓰리처상을 받았고, 2001년에는 미국 ‘타임(Time)’지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2002년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골드메달, 2005년 미국 역사가협회상, 2011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항간에 “노벨 문학상만 수상하면 된다”는 말이 떠돈다.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Goodbye, Columbus)’와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의 목가’, 1950년대 반공산주의를 다룬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I Married a Communist)’, 영화로도 제작된 ‘휴먼 스테인(The Human Stain), 죽음과 섹스 등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 관한 ‘죽어가는 짐승(The Dying Animal)’, 맨부커상 수상작 ‘에브리맨(Everyman)’ 등이 유명하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유태계 작가인 그는 유태 민족의 소외와 정체성 문제, 베트남 전쟁·매카시 선풍 등으로 훼손된 미국적 가치 등 사회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문학적 주제로 삼고 있다”라고 필립 로스의 작품을 평가했다.

[노벨문학상 후보, 누가 거론되나 ]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배당률은 10대 1로 네 번째로 높다. 지난 2014년은 1위, 지난해는 3위 등 꾸준히 높은 순위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다. 1986년 나이지리아의 극작가 윌레 소잉카(Wole Soyinka) 이후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오지 않아 도박사들이 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이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울지 마, 아이야(Child weep not)'와 '한 톨의 밀알(A Grain of Wheat)', '피의 꽃잎들(Petals of Blood)' 등이 출간돼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나에서 태어나 주요 작품이 모두 케냐의 독립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지난 9월 20일 토지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박경리문학상' 제6회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벨문학상 단골후보 시옹오가 말하는 케냐]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배당률 16대 1로 5위에 있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이 2005년 처음으로 생겼는데, 이스마일 카다레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 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그의 첫 장편 소설인 '죽은 군대의 장군(Le General de l''armee morte)'을 시작으로 '꿈의 궁전(Le Palais des reves)', '부서진 사월(Avril Brise)', 'H 서류(Le Dossier H)', '아가멤논의 딸(Vajza e Agamemnonit: roman)' 등이 주요 작품이다. 공산 독재 정권이나 세계 대전과 같은 역사적 비극을 독특하게도 신화, 전설 민담 등을 활용해 우화적으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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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소설가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앞선 이스마일 카다레와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스페인어를 쓰는 작가 중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그는 '20세기의 셰익스피어'라는 영예로운 수식어를 갖는다. 필력도 필력이지만 소설 제목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따와서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Manana en la batalla piensa en mi. 3. Ed)'는 '리처드 3세(King Richard the Third)'에, '새하얀 마음(Corazon Tan Blanco)'은 '맥베스 (Macbeth)'에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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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1의 배당률로 7위에 오른 작가는 3명. 미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와 유럽 연극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찬사를 받는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 그리고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다.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주요 작품은 '사탄탱고(Satantango)'와 '저항의 우울(The Melancholy of Resistance)', '저 아래 서왕모(Seiobo Down Below)' 등이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번역·출간되지 않았다.

25대 1의 배당률을 기록한 문인은 3명으로 공동 10위다. 오스트리아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페터 한트케와 헝가리 소설가 피터 나다스는 게오르크 뷔히너상,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 등 독일의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공통점이 있다. 나머지 한 명은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다. 그는 창작 이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을 주장하는 정치 활동에도 참여해왔으며, 지난해 제5회 박경리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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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인 고은은 배당률 33대 1로 13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 문인으로서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힌 지도 벌써 15년째. 2002년 이래 ‘선시집’, ‘만인보’, ‘순간의 꽃’ 등 시집 5권과 소설 ‘화엄경’이 스웨덴에서 출간되면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확보했다.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등단한 이후 53년간 저서를 150권 이상 내놓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고은의 작품 세계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기에는 허무의 정서에 젖어 있는 시적 자아를 표현했지만, 1970년 중반 이후 허무감을 떨치고 역사와 현실 앞에 자아를 세웠다. 또, 그는 시를 넘어 소설, 산문, 평전 등 다양한 문필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삶의 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가 지속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그의 시가 세계 25개국 언어로 활발하게 번역∙출간돼 있다는 점과 그가 해외 시인들과 교류와 만남을 통해 한국 저항 문학을 대표하는 지위를 얻었다는 점이다.

탈락의 고배를 여러 번 마셨던 고은은 지난 2013년 인터뷰에서 "10월이면 갑절로 외롭다"며 "우리 '그것(노벨 문학상)'에 환장하지 말자"고 말한 바 있다.

["우리 '그것(노벨상)'에 환장하지 말자" ]

[고은 시인, 2002년 노벨문학상 후보 첫 거론]

과거 적중률이 높았더라도 래드브록스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 순위는 어디까지나 도박사들의 예측일 뿐, 재미로 봐야 한다. 래드브록스 순위에 거론되는 문인들은 모두 각 나라를 대표하며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2016년 10월 13일에 탄생할,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문인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