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영문학자이자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도정일(75·사진) 경희대 명예교수가 허위 학력 기재 의혹에 휩싸였다. 도 교수는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하는 '한국연구자정보'에 받지 않은 석·박사 학위를 직접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에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정일 교수는 학력을 '1965년 2월 경희대 학사, 1976년 8월 하와이대 석사, 1984년 12월 하와이대 박사(영미 문학 비평)'로 기재했다. 한국연구자정보는 연구자의 공적 활동 기초 자료로 본인이 작성한다. 도 교수는 1975년부터 1985년까지 하와이대 대학원 미국학과에 유학했지만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지는 않았다. 도 교수는 1983년 3월 경희대 영문학과에 교수로 임용돼 2006년 정년 퇴임했고 2011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다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을 역임했다. 도정일 교수는 "1984년 여름 박사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한 뒤 증명서와 함께 각주 등의 보완을 지시받았는데 강의 등으로 바빠서 최종 논문을 제출하지 못했다"며 "그 무렵 박사 학위 취득을 기정사실로 생각해 연구재단에 등록한 뒤 잊어먹어 이제까지 수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정일 교수는 문학평론가·저술가·번역자로 정력적으로 활동했으며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로 사회활동도 적극 전개했다. 도 교수 저서의 필자 소개와 각종 인물 DB에는 오랫동안 하와이대 석·박사로 기재됐다. 그런데 같은 학과에 재직하는 동료 교수가 도 교수의 학위에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도 교수가 학교에 제출한 서류에 '박사 취득'이라고 썼으며 이것이 허위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도 교수는 "경희대 임용 당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고 '박사 논문을 썼다'고 했다"며 "이후 최종 학력이 박사 취득으로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지 못한 것은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후 여러 인물 DB에서 도정일 교수의 학력은 '하와이대 미국학 박사 수료'로 수정됐다.

도정일 교수는 그동안 박사 학위 사칭 논란에 대해 본인이 그렇게 밝힌 적은 없다고 말해왔다. 도 교수는 이번에는 "1987년 무렵까지 박사 학위 취득이 확실하다고 생각해서 몇 군데 학력란에 그렇게 썼다"며 "그 후 바로잡지 않아 계속 퍼져 나간 것은 내가 게으르고 바보 같아서 발생한 일로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