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국 인구는 6534만명으로 독일(8216만명)·프랑스(6666만명)에 이어 유럽에서 '3등'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둘째로 인구가 많았지만, 1984년(세계은행 통계) 7만명 차이로 프랑스에 역전당했다. 두 나라 인구 차이는 2006년 261만명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흐름이 바뀌고 있다. 2004년과 2007년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대거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2~3년 영국 유입 이민자는 한 해 30만명을 넘으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두 나라 인구 격차도 작년 말 132만명으로 줄었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유로스타트)은 "프랑스 인구 증가는 대부분 출생에 따른 것이지만, 영국은 출생과 이민이 모두 많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동유럽 출신 이민자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난민이 유럽 인구 지도에 지각 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출생률이 저조한 가운데 이·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국가는 인구가 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인구가 감소하는 양상이다.

[영국은 어떤 나라?]

[[키워드 정보] 난민과 이민자의 차이점은?]

유럽 국가들은 인구 증가와 노동력 부족 해소 등을 위해 이·난민을 적극 수용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테러와 치안 불안, 사회복지 비용 지출 증가 등의 문제도 겪고 있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가결된 데도 이런 이·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영국, 반전의 드라마 쓰다

지난해 프랑스 총인구 증가는 24만6400명으로, 이 중 자연 증가는 20만600명이었다. 반면 영국의 총인구는 프랑스의 2배가 넘는 57만4100명이 늘었는데, 자연 증가는 17만440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이민자다 . 영국 현지 외교 소식통은 "영국 실업률은 5% 안팎으로 프랑스의 절반밖에 안 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 일자리를 좇아 이민자들이 대거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도 영국 이민을 부채질했다.

영국은 향후에도 유럽 인구 판세를 뒤흔들 주역이다. 영국에선 "앞으로 10년 내 영국 인구가 프랑스를 재역전할 것"이라고 본다. 유로스타트는 2030년 영국 인구가 프랑스를 추월한 뒤 2050년엔 독일까지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처럼 난민 위주인 경우, 인구 증가 효과가 일시적이고 정세 안정에 따라 모국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영국처럼 이민 위주일 때는 자녀 출산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독일·스웨덴 등도 난민 수용에 적극적

독일은 해외 난민 수용의 최대 수혜국이다. 독일은 2003년 8254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인 데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작년 말 현재 21.0%로 프랑스(18.4%), 영국(17.7%)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시리아 등에서 난민을 받으면서 2014~2015년 단 두 해 동안 인구가 139만명이나 늘었다. 2008년 이후 7년 만에 8200만명대에 재진입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의 대거 유입은 독일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북유럽의 스웨덴도 난민·이민 포용으로 인구정책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스웨덴은 1960년 이후 한 번도 인구가 줄지 않았다. 최근 2년 동안 23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 독일에 이어 유럽 내 2위를 기록했다.

◇쪼그라드는 동유럽 국가들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도 난민 덕분에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사상 첫 인구 자연 감소를 겪었다.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13만6200명이 더 많았다. 그러나 올해 1월 기준 인구는 작년보다 176만2600명 늘었다. 유로스타트는 "유럽 인구의 자연 감소는 가팔라졌지만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이 훨씬 많아 총인구가 증가했다"고 했다.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인구 자연 감소가 계속되고, 영국·독일 등으로 젊은이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탓이다. 동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폴란드는 올 1월 1일 현재 3797만명으로 1989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38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루마니아도 2014년 2000만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다. 헝가리·불가리아는 지금 인구가 지난 1960년보다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