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Books팀장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입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 멋진 말이죠. 이번 주 나온 신간에는 이런 제목도 있더군요.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아즈마 가나코 지음·즐거운 상상 刊).

부제는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였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으면 '궁극의 삶'인 걸까요. 동경 외곽에서 지은 지 60년 된 집에 살고 있다는 79년생 가정주부는 자동차와 휴대폰까지 없는, 4무(無)의 삶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보고 있자니,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대중 철학자 강신주씨가 떠올랐습니다. 3년 전인가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이라며 냉장고 없는 삶을 한 신문 칼럼에 제안했죠. 자본주의 삶의 모든 폐단은 냉장고에 응축되어 있다면서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지 모르지만, 이 철학자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문체는 격렬한 반발을 불렀습니다. 진의와 선의는 자본주의 탐욕에 대한 비판과 '강한 자아' 계발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많은 독자는 불편해했죠.

가난한 사람들의 굶주림과 식중독을 해결한 현대 문명의 응축이 냉장고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거냐, 질 좋은 고기와 채소를 그때그때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상위 1% 도 안 될 거다, 아예 TV·스마트폰·자동차도 다 없애고 원시시대로 되돌아가지 그러느냐는 비판까지. 그중에는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은 삶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빈정거림도 있더군요.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는 주부의 체험기였습니다. 세탁기 대신 '대야'로 살고, 청소기 없이 '빗자루'로 쓸며, '냉장고' 없이 저장 식품으로 버티는 삶을 일기처럼 적었더군요.

현대인들의 '미니멀 라이프' 유행은 사실 환상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마트'에 의존하는 삶이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라는 농담도 있죠. 신선한 채소를 먹기 위해 매일 땀 흘려 농사짓는 수고를 견뎌낼 수 있다면 모르지만요.

자신의 기질과 성향은 자신이 가장 잘 알 겁니다. 물질문명에 빠진 우리에게 주는 경고 정도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실천까지 나아갈지, 각자 수준에 맞는 상식적 삶을 제안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