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산속의 '생명의 빛 예수 마을'. 이곳은 2014년 예술작품 같은 예배당이 들어서면서 국내 개신교 명소가 됐다. 러시아산 홍송(紅松) 800여 그루가 원형으로 빽빽이 둘러싼 '생명의 빛 예배당'이다. 지금도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이 앞으로는 '은퇴 선교사 마을'로도 유명해질 전망이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사진)이 은퇴 선교사 부부 100가정이 입주할 수 있는 타운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착공식을 갖고 현재 기반공사가 진행 중인 '생명의 빛 홈타운(이하 홈타운)'은 한국 개신교계 발등의 불로 떨어진 은퇴 선교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은퇴 선교사 문제는 개신교계의 과제였다. 1980년대 본격화된 선교사 해외 파송은 현재 2만7000명 규모,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젠 매년 1000명 정도의 선교사가 만 65세를 넘기며 은퇴해야 할 상황이다. 귀국 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부분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만 대비는 부족하다.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교계로서도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쳐 쌓아온 수십년 노하우를 사장(死藏)시키는 안타까운 손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립이 추진되는 '홈타운'은 한국 개신교계에 은퇴 선교사 문제에 관한 중요한 실험이자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홈타운'은 1만7000여㎡ 부지에 연면적 4534㎡ 규모로 지어진다. 우선 내년까지 36채가 완공될 예정이다. '생명의 빛 예배당'과 함께 식물원, 미술관 등도 마련된다. 주택 건축에는 한국해비타트가 동참하고 있다. 선교사들의 주택은 '생명의 빛 예배당'을 설계한 재불(在佛) 건축가 신형철씨가 맡아 전체적인 통일감을 줄 예정이다. 조경(造景)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지낸 정정수씨가 맡아 토목공사 단계에서부터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역한 은퇴 선교사들이 모여 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블랙마운틴 같은 마을이 한국에도 생기는 셈이다.
'홈타운'은 앞으로 집단 거주시설뿐 아니라 선교 신앙의 유산과 영성·교육·노동이 조화를 이룬 공간을 꿈꾼다. 선교사들이 전 세계에서 쌓아온 선교 유산을 집대성한 '선교박물관'과 '명상의 길'도 조성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다문화가정 문제에 대해 도움을 주는 방안도 모색한다. 홍정길 목사는 "지금 전국 어느 곳이든 다문화가정이 없는 곳이 없다"면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한 은퇴 선교사들이 현지에서의 경험을 전해준다면 다문화가정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홈타운을 운영해보고 그 경험을 다른 지역에도 함께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홈타운' 입주자는 교단이나 교회를 가리지 않고 개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회와 개인 단위의 후원금도 모금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교회협력실장 김진 목사는 "은퇴 선교사 문제는 어느 교단,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 전체의 문제인 만큼 교계 전체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070-7462-9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