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올 12월 영업 시작을 목표로 자본금 1억엔(약 11억원)을 들여 100% 출자 자회사인 '교보생명자산운용주식회사'를 동경에 세운다고 20일 밝혔다. 교보생명의 일본 자회사 설립은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맞은 일본에서 영업과 자산 운용 관련 성공·실패 사례를 배우고, 현지에서 새로운 수익원도 찾아내기 위해서다. 국내 보험사 중 일부가 일본에 사무소 규모로 진출한 적은 있지만, 자회사를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일본에서 유행한 보험 상품을 모방해 판매하는 등 '일본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말 등장한 유병자(有病者) 보험이다. 나이가 많거나 병이 있어도 다소 비싼 보험료를 부담하면 가입할 수 있는 이 보험은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비례해 환자도 늘어나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보험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AIA생명을 시작으로 중대형 생보·손보사들이 유병자 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치매 보험의 경우에도 과거엔 보장 기간이 80세까지였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또는 종신까지 보장하는 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역시 일본에선 이미 일반화된 경우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장기 간병 등급과 장애 등급에 따라 보험금을 주는 상품과 장기 요양 중인 가입자의 임종까지 관리해주는 간병 서비스가 포함된 상품 등 고령화에 특화한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으로 보험사의 몸값이 급전직하하고 있어, 살길을 찾기 위해서라도 일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일본에선 거품경제가 붕괴된 1997~2001년 사이 생보사 7곳과 손보사 2곳 등 총 9개사가 파산했다. 고금리 저축성 보험 위주의 과도한 외형 성장 경쟁을 벌이던 이들이 갑작스러운 초저금리를 만나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국내 보험사들도 이미 역마진 상황에 들어섰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적립해줘야 하는 적립이율은 4.6% 수준인 데 비해 업계 전체 운용자산 투자수익률은 연 4.3%에 그친다. 이런 상황 때문에 ING생명, KDB생명 등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들이 인수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