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 서울에서 보석처럼 숨어있는 예쁜 미술관을 찾았다. 검증된 전시 관람은 물론 주변의 아름다운 뜰과 풍경을 가지고 있어 여유로운 산책까지 할 수 있는 서울의 아름다운 미술관 몇 곳을 소개한다.

도시 전체를 미술관으로서울시립미술관(SEMA)

서울시립미술관을 서소문 본관 하나만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약칭으로 세마(Seoul Museum of Art, SeMA)로도 불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 전역의 미술관화라는 서울시의 정책에 따라 서소문 본관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총 6개의 전시·문화 공간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미술관은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다루고 있는 미술 분야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왼쪽부터)SeMA 창고, 서소문본관, 남서울생활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남서울생활미술관, SeMA 창고에서는 서울의 오래된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활용해 서울의 역사를 느끼며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서소문 본관은 1927년 지어졌다. 일제 때 경성재판소 건물이었다가 해방 후 한동안 대법원으로 사용한 공간이다. 세마를 대표하는 공간답게 청년작가부터 원로작가, 해외 유명 특별전까지 아우르며 대한민국 대표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남서울생활미술관은 벨기에 영사관으로 쓰이던 건물을 활용했으며 공예와 디자인을 중심의 생활미술관으로 특성화되었다. SeMA 창고는 질병관리본부가 시약창고로 40여 년동안 써온 건물로, 60년대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촬영장으로도 자주 쓰이던 건물을 예술품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콤플렉스(Complex) '북서울 미술관']

경희궁 옛터에 위치한 서울정도(定都) 600년 기념관을 전시공간으로 단장한 경희궁 미술관은 넓은 사적지와 함께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서울미술관 분관은 상대적으로 문화 예술공간이 부족한 서울의 동·북부에 위치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예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복합 문화 단지이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예술가와 독립 큐레이터들에게 창작 및 연구 거주 공간을 지원해 공동창작을 돕고, 국제적인 학술·전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위치 : 서소문 본관, 서울특별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소문동)
           북서울 미술관, 노원구 동일로 1238
           남서울 생활미술관,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SeMA 창고, 은평구 통일로 684
           경희궁 미술관, 종로구 새문안길 45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 문의 : 02-2124-8800/ http://sema.seoul.go.kr/korean/index.jsp
- 이용 : 전시시간 각 분관마다 다름,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한옥의 고즈넉함이 그대로경인미술관

태극기를 만든 박영효의 저택이었던 곳을 전시관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는 경인미술관은 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전통 한옥의 분위기와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국내외 관광객으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미술관이다. 여러 건물 안에 품고 있는 소장품과 미술품들도 아름답지만 건물을 오가는 곳곳에 비치된 조각품과 조성된 정원들도 관람객들에게 고즈넉한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1-4
- 문의 : 02-733-4448~9 / http://www.kyunginart.co.kr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6시, 1월 1일, 설, 추석 휴관

서울 속 한폭의 동양화부암동 서울미술관

서울의 옛 풍경을 간직한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은 인왕산 자락 바위산 기슭에 지어 부암동 특유의 운치와 문화적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언덕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건물은 풍경과 하나됨을 보여준다. 미술관 뒤편의 노송과 여러 바위들이 있어 관람이 끝나고 도심 속의 한 폭의 동양화를 경험할 수가 있다. 또한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알려진 '석파정'(서울시유형문화재 26호)이 이어져 있어 자연과 전통을 벗하며 산책하기 좋다.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201번지
- 문의 : 02-395-0100 / http://www.seoulmuseum.org/nr2/index.php
- 이용 : 오전 11시 ~ 오후 6시 (매표는 오후 5시 마감),  월요일 휴관

300여 점 작품을 담은 그릇환기미술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선으로부터' 등 대한민국 추상화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작품을 기리는 미술관이다. 애초에 김환기의 작품을 담는 '그릇'으로서 설계된 미술관은 김환기의 작품 300여 점 소장하고 있으며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를 주로 한다. 흙으로 된 작은 마당과 마당을 둘러싼 돌담 등은 전통 가옥을 연상케 한다. 콘크리트 등 서양식 자재로 지어진 미술관 건물 곳곳에는 전통 건축 양식이 적용돼, 추상이라는 서양의 양식에 산, 달, 새, 우리의 자연을 담아낸 김환기의 그림과 닮아있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0길 63
- 문의 : 02-391-7701 / www.whankimuseum.org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관), 월요일 휴관

[[환기미술관] "향안(鄕岸), 향안, 그리운 향안…" ]

서울에서 가장 핫한 '힙스터'들의 공간대림미술관

주택가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근 몇년 사이 젊은이들의 가장 '힙(hip)'한 공간으로 부상한 곳이다. '대림미술관=문화 좀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을 만큼 20~30대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미술관이라 해서 일명 '출첵(출석체크) 미술관'으로 통한다. 본래 사진 전문 미술관이었던 이곳은 최근 20~30대 취향에 맞는 사진·디자인으로 특화한 콘텐츠, SNS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젊은 층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일반 주택가 사이에 튀지 않은 나지막한 건물로 이뤄진 아담한 전시공간과 각종 문화 강연이 이뤄지는 강당, 관람객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뜰은 일상을 예술로 만들겠다는 미술관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길 21
- 문의 : 02-720-0667 / www.daelimmuseum.org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는 오후 7시 30분 마감)

힙스터(Hipster) : 유행 등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문화를 좇는 부류를 뜻한다. 대중 문화보다 인디 음악, 소수의 예술,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지적 우월감을 표현하면서 일반 대중과 자신들의 취향을 차별화한다. 이들은 남다른 취향과 문화로 유행을 선도한다. 대개 아이폰과 아이팟으로 인디 음악을 듣고 빈티지 스타일 옷을 즐겨 입으며 유기농 식품을 먹고 자전거를 타며 진보적 정치관을 가진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하고 까다롭게 구는 사람을 비웃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대림미술관] "미술관이 딱딱해? 그냥 즐기면 돼" ]

[20·30대 취향 맞춰 연출한 色다른 전시장? 흔한 쇼룸 같네]

[찍혀야 뜬다… '사진 금지' 봉인 푸는 미술관·박물관]

100여종의 나무가 숲은 이룬 산책로성곡미술관

외국인 전용 임대 빌라였던 곳을 쌍용그룹 창업자 성곡 김성곤 선생의 뜻을 받들어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드문드문 있는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산책 코스 또는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가는 길마다 옛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다.  

성곡 미술관 조각공원은 100여 종이 넘는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사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1100여 평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로 이뤄진 공원은 다양한 수종과 조각들로 조성돼 있어 서울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낸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 문의 : 02-737-7650 / http://www.sungkokmuseum.org/main/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6시 (입장 오후 5시 30분 마감), 월요일 휴관

작품 보러 왔다가 북악산 전망에 흠뻑자하미술관

본래 자하(紫霞)라는 말은 보랏빛 노을이라는 뜻으로 부처님 몸에서 나오는 자줏빛 금색 안개를 뜻한다. 이름만큼이나 자하미술관이 관람객에게 선사하는 풍광은 가히 아름답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인왕산과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과 산속의 평온함이 어우러져 예술작품 감상에 제격이다. 실제로 미술관을 설립한 강종권 씨가 인왕산을 등산하다 주변 산세와 미술관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도 고요한 산속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이런 미술관은 없을 것이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자하문 미술관
- 문의 : 02-395-3222 / www.zahamuseum.com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조각공원 속에 미니멀한 매력 소마미술관

올림픽 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를 사용해 만든 미술관은 자연과 공존하는 모습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전시관 밖의 조각공원은 세계 5대 조각공원 중 하나이다. 미니멀한 현대미를 자랑하는 미술관 건물을 따라 조각공원의 황톳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공원
- 문의 : 02-425-1077 / http://soma.kspo.or.kr/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6시, (입장 오후 5시 20분 마감), 월요일, 추석 당일 휴관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가 서린 곳 덕수궁미술관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덕수궁 미술관은 1933년 조선미술품을 진열을 위해 지은 박물관이다. 해방 이후 국립 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쓰이고 있다. 전시도 전시지만 당시 1930년대 서양의 박물관 양식을 그대로 적용한 건축물 자체도 유심히 볼 만 하다. 건물에 들어서면 중앙 홀을 중심으로 두개의 전시실이 양날개처럼 나눠져 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건축 양식이다. 미술관 주변에는 고궁의 뜰과, 고종 황제가 커피를 즐겼던 정관헌, 석조전 앞의 이탈리아식 정원 등이 있어 19세기 말 대한제국의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하기 좋다.

-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 문의 : 02-2022-0600 / www.mmca.go.kr
- 이용 :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오후 6시 마감, 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월요일, 1월 1일 휴관)

["석조전 동관을 미술관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