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반려견 목에 채우는 ‘짖음방지기’를 사람이 직접 체험해보는 영상이 페이스북·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체험자는 강한 전기 충격에 깜짝 놀라며 고통스러워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터널’에서도 주인공(하정우)이 개 짖음방지기를 자신의 목에 대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애완견에 짖음방지기를 채우는 것에 대한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목걸이 형태의 짖음방지기는 개가 짖으면 그 진동을 감지해 전기 자극을 발생, 짖지 못하게 하는 기구이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개 울음소리로 빚어지는 층간소음 문제로 골치를 앓다가 지난 7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짖음방지기를 샀다. 반려견에게 짖음방지기를 채웠던 A씨는 이틀 만에 이를 다시 풀었다. 짖을 때 전기충격을 받은 개가 오줌을 싸고 사료는 물론 물도 마시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전기충격이 가해진 목 부위에 화상을 입은 개는 동물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짖음방지기 착용은 감전으로 개를 놀라게 하는 것으로 동물 학대가 분명하다”라며 “개가 짖는 건 심리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것인데 이를 살피지 않고 무작정 전기충격을 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짖음방지기는 판매가 성행 중이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짖음방지기’를 검색하면 8000원대부터 1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전기충격 방식의 관련제품이 600여개 가까이 검색된다.
관련 제품 판매자들은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등록 필증’ 등의 인증서를 내보이며 안전성을 홍보한다. 하지만 인증을 한 국립전파연구원 측에 확인해 보니, 해당 적합등록은 ‘전자파 발생량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짖음방지기에서 발생하는 전기 충격의 안전성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인증이다.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짖음방지기가 개에게 가하는)전류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측정된 수치는 없다”며 “전기 관련 안전인증은 따로 못 받았지만, 오랜 기간 문제없이 판매한 제품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충격 강도에 대해선 “7~8단계까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최고 단계는 사람이 물리치료 때 받는 전기자극보다 더 세다”며 “처음부터 고강도로 전기충격을 줄 경우 개가 아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전기충격 제품보다 안전하다고 보는 스프레이 분사 제품에 대해서도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영국 톱모델이자 여배우 카라 델레바인(25)이 자신의 반려견 목에 ‘짖음방지기’를 채웠다는 보도를 냈다. 델레바인이 채운 이 장치는 전기충격 방식이 아니라 시트로넬라 향을 분사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영국 최대 반려견보호단체 ‘독스 트러스트’는 “우리는 행동 교정을 위해 반려견에 부정적인 기술이나 기구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며 "반려견에게 벌을 줄 게 아니라 행동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