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전국 지자체와 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일본 도쿄도가 무료로 배포하는 지진 등 재해 대비 매뉴얼 ‘도쿄방재(東京防災)’ 한국어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만일 지금 도쿄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이라는 가정으로 시작하는 이 책자는 발생 전 대비사항부터 발생 직후 행동 요령, 피난과 생활 재건에 이르기까지 재해시 행동 요령 전반을 담고 있다.
총 323쪽의 이 책자는 지진 시뮬레이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재 액션, 기타 재해와 대책, 위기시 매뉴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매뉴얼마다 섬세한 삽화를 포함해 글을 읽기 어려운 노인이나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금 하자’라는 마크를 만들어 즉시 시행할수 있는 대비책을 꼼꼼하게 살피고 재해에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매뉴얼의 지진 시뮬레이션은 지진 발생부터 발생 직후, 피난, 피난생활, 생활재건의 순서로 대응 매뉴얼을 담았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서로 연결된 페이지를 찾아 읽는 방식이다.
발생 직후 매뉴얼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 등 집 안에 있을 때의 행동 요령과 회사, 번화가, 학교, 전철에 있을 때의 행동 요령 등 거의 모든 장소에서의 대처법을 담았다. 여성과 임산부,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구체적 지원책도 담겨있다.
이 외에 흡연규칙, 애완동물 관리 같은 대피소 생활에서의 유의점이나 간이 식기, 난로, 변기 등을 만드는 방법 등 실용적인 내용들도 꼼꼼하게 담겨 있다.
지진 이외에 폭우와 산사태, 낙뢰, 화산 분출 등 다양한 재해별 대책도 넣었다. 대지진 경험자 7명이 증언을 통해 현실적인 조언도 해준다.
우리나라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국민행동요령’ 매뉴얼을 갖추고 배포중이다. 하지만 A4용지 9페이지로 ‘지진 발생시 10가지 행동 요령’만 마련했을 뿐 지진이나 재해 전반의 대응요령을 담은 통합 지침서가 없다. 특히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상식적인 행동 요령만 명시했을 뿐 대비책이나 지진 이후 피난, 재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내에도 당장 지진을 대비하고 재해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재 매뉴얼 제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도쿄방재(東京防災)’ 매뉴얼은 도쿄도 홈페이지 ‘도민을 위한 정보’ 메뉴(http://www.metro.tokyo.jp/KOREAN/GUIDE/BOSAI/index.htm)에서 pdf 형태로 다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