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관리대책 발표...생애전환기검진 시범도입 추진]
전북 순창이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했다는 '괴담(怪談)'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순창 지역엔 지난달 31일부터 'C형 간염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3시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출입기자단에 '순창의 한 내과 의원에서 C형 간염 집단 감염이 또 발생했다. 역학조사반을 내려 보냈다'면서 보도 제한(엠바고)을 요청했다.
질본은 2013년~2015년 무렵 건강보험으로 해당 내과 의원에서 C형 간염 치료를 받은 사람이 203명이었다는 '빅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질본은 한 시간여 뒤에 '이 병원에서 환자가 집단 발생한 것인지, 기존 C형 간염 환자들이 이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다 보니 수치가 많이 잡힌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다음 날 '전북 순창'을 특정해 이 내용을 보도했다. 순창에선 이 지역의 내과 의원 네 군데 중 유일하게 감염내과가 있는 A병원이 감염지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1년 사이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했던 강원도 원주, 서울 동작구의 병원에 이어 A병원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설이 삽시간에 퍼졌다. 연합뉴스 등은 관련 보도를 계속 수정했지만 한번 번진 괴담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전북도(道) 보건 당국이 나서서 "이미 C형 간염에 걸린 일부 환자가 감염병 전문 병원인 A병원을 치료 목적으로 방문했을 뿐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전북도는 순창 인구 2만9000여명 중에서 C형 간염 환자가 230명 정도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전주 갑)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순창 지역의 C형 간염 환자 증가율(9.22%)은 전국 평균(20.1%)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특히 최근 3년으로 기간을 좁히면 전국의 C형 간염 환자는 0.15% 줄었는데 순창에선 8.49%나 감소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기본 자료도 조사하지 않고 순창에서 C형 간염이 집단 발생했다고 언론에 고지하는 바람에 확인되지 않은 오보가 나왔고, 그 결과 순창 지역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지난 6월 '밀폐된 주방에서 조리할 때 미세 먼지 발생이 가장 많은 게 고등어구이'라고 발표했다가 전국의 고등어 매출이 폭락하자 고등어 판촉 행사를 하는 촌극을 벌였다"면서 "이번 C형 간염 파동도 그때와 다를 게 뭐냐"고 말했다.
A병원 관계자는 "엉뚱한 괴담으로 내원 환자가 뚝 떨어졌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최소한 우리 병원에서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발표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번 괴담의 단초를 제공한 질병관리본부는 "보도 자제를 요청했는데도 기사가 나간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직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