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학들의 하락, 미국·아시아 대학들의 상승.'
올해로 13번째를 맞은 QS 세계 대학 평가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경기 침체에도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미국과 아시아 대학들의 경쟁력이 상승한 반면, 투자를 줄인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평가를 진행한 QS는 아시아 대학 가운데에서도 특히 한국 대학의 선전에 주목했다. 상위 400위에 오른 한국 대학이 11곳으로 지난해보다 2곳 늘어났고, 이 중 9곳의 성적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벤 소터 QS 평가 총괄 담당은 "한국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순위가 상승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평했다.
◇순위 껑충 뛴 한국 대학들
눈에 띄는 대학은 고려대다. 고려대는 지난해보다 6위 상승한 98위로 올해 처음 100위 이내에 진입했다. 고려대는 '졸업생 평판도'(83위), '교수 1인당 학생 수'(107위), '학계 평가'(107위)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118위에서 올해 106위로 12계단 올랐고, 한양대는 작년 193위에서 올해 171위로 22계단 순위가 뛰어올랐다. 이 밖에도 경희대(264위), 이화여대(335위), 중앙대(386위), 서강대(411~420위), 한국외대(431~440위), 동국대(441~450위), 울산대(551~600위) 등도 순위가 수십 계단씩 상승했다. 세종대는 새롭게 세계 501-550위에 진입했다. QS 세계 대학 평가는 400위 이상 대학들은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개별 대학 순위를 매기지 않고 순위 구간(band)을 책정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 대학들의 성적이 크게 오른 것은 '학계 평가' '졸업생 평판도' '교수 1인당 학생 수'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상위 30개 한국 대학 가운데 19곳이 '교수 1인당 학생 수'에서 순위가 올랐다. 울산대 강준빈 기획 평가팀 팀장은 "최근 몇 년간 교원당 학생 비율을 높여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들은 전 세계 학자에게 우수한 대학을 설문해 순위를 매기는 '학계 평가' 지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30개 대학 중 18곳이 이 지표에서 순위가 상승했다. 중앙대 측은 "해외 학자들에게 연구 소식 등을 담은 소식지를 정기적으로 보내고, 해외 공동 연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해외 대학을 늘리는 등 학교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질 높은 논문 배출하는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들
한국의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들의 선전도 돋보였다. 포스텍(POSTECH)은 지난해보다 4단계 상승한 83위를 기록했다. 또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올해 처음 QS 세계 대학 평가에 참가해 종합 순위 337위에 올랐다. 기존에 대학원만 운영하던 지스트는 2010년부터 학부생을 받기 시작해 2014년 2월 처음 학부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스트와 포스텍은 특히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 부문에서 각각 2위, 9위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종합 순위 46위를 기록한 카이스트도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에서 세계 12위에 올랐다.
지스트는 이와 관련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한 것'을 비결로 꼽았다. 지스트 관계자는 "대학원 교수의 경우 의무적으로 맡아야 할 강의를 1년에 2개로 규정하고, 대형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아예 강의를 면제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면서 "또 연구자가 원하면 부임 첫해 한 학기는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