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봉에서는 달의 눈으로 바람재와 구정봉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맑고 투명한 영암의 빛으로 하늘 아래 당당히 솟은 월출산은 금강의 세계다.
정상이란 세상을 속속들이 넓게 보는 곳이다. 영암 읍내가 한눈에 보인다.
사람과 사람, 세계 사이에도 구름다리처럼 건너야 할 신뢰라는 다리가 있다.
구정봉 물웅덩이에서 구름도 달도 사람도 제 얼굴 들여다보고 간다.
함께하고 함께 바라보는 세상만이 아름답고 풍요와 은총이 내린다.
'바람이 분다, 풀들이 살아난다' 일제히 환호하며 일어서는 바람재의 풀들.
월출산 마애여래좌상의 미소가 영산강 강물로 흘러 들을 적시고 바다로 간다.
도갑사 기와 담장 아래 담쟁이가 연지곤지를 찍고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용암사지 삼층석탑이 산이요 흰 구름이다. 마음 없이 깎고 버려서.
여름을 쓸어낸 금빛 석양의 비질로 도갑사의 절 마당에도 가을이 오는가.

사진=이종성 시인
제공=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