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 스타일의 ‘소’자 수염이 잘 어울리는 배우 차승원.

수염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산타클로스와 치킨 할아버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헤밍웨이가 텁수룩한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면 그의 소설은 조금 덜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체 게바라, 달리, 찰리 채플린과 링컨에게 수염이 없었다면? 데이비드 베컴은 그냥 잘생긴 꽃미남이었지만 수염을 기르면서 스타일 아이콘이 되었다. 남자는 수염으로 말한다.

이 나라 거의 모든 남성이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노란 피부이다 보니 자기만의 개성 혹은 인상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머리를 밀어버리거나 문신을 하거나 독특한 안경을 쓸 수 있겠지만 얼굴에 드라마틱한 서명을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염이다. 꽤 실질적인 장점도 있다. 두드러진 광대뼈나 튀어나온 입을 가려준다.

자유로움과 중후함, 터프함의 상징인 수염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이 바로 차승원이다. 빼어난 음식 솜씨에 '차줌마'라 불리는 모습과 작은 거울을 놓고 면도하는 장면의 대비는 그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줬다. 혹시라도 수염을 다 밀면 어떻게 하나 걱정될 만큼 수염이 잘 어울린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분리해 일명 '소'자 수염이라고 불리는 '힙스터' 스타일의 멋진 사례이다. 얼굴이 넓은 경우나 사각턱에 잘 어울려 요즘 많은 남성이 시도한다. 콧수염만 살짝 다듬은 '할리우드' 스타일은 관리도 비교적 쉽다. 턱이 뾰족한 편이라면 구레나룻에서 턱까지 수염을 이어주는 '친 커튼'이 잘 어울린다.

문제는 동양인 수염은 두껍고 뻗치는 데다 서양인처럼 수염이 풍성하지 않아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 그렇다고 포기하진 말자. 수염을 제대로 길러본 적이 없다면 일단 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수염이 나는지 확인한 후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홍대와 청담동, 이태원 등지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바버 숍'은 이발과 면도는 물론, 눈썹과 피부 관리까지 할 수 있는 곳이라 필요한 조언과 관리법을 들을 수 있다.

바버숍 가는 일이 번거롭다면 직접 수염 다듬기에 나서볼 수 있다. 우선 스크루 브러시를 이용해 수염을 결 방향으로 정리하면서 수염 정리용 가위로 잘라가며 모양을 잡는다. 적당한 길이로 수염을 다듬는 데에는 일반 전기면도기보다 수염 전용 트리머가 편하다. 수염이 듬성듬성 났거나 풍성하지 않다면 여성들이 많이 쓰는 아이브로 펜슬과 마스카라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보완한다.

수염을 멋지게 가꾸는 남성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업계에서는 수염을 공식적으로 금지한다. 수염을 자르라는 회사에 소송으로 응답한 항공사 기장도 있었다. 그러니 수염을 기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 행운을 완벽히 즐길 일이다. "혹시 뭔 문제 있냐?"거나 "게으르고 지저분해 보인다"는 주변의 지적은 웃으며 흘려듣는 무심함이 필요하다. 인생에 변화를 주고 외모를 바꾸는 것 중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도전 아닌가. 그래 봤자 수염! 길러보고 아니면 잘라 버리면 된다. 수염은 큰 결심을 앞둔 정치인과 자숙 중인 연예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치도록 더웠던 여름의 끝무렵,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올가을엔 한번 만나면 잊히지 않는 남성이 될지도 모른다. 근사한 수염 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