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왕이 두바이시(市) 고위공무원들의 근무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근무지를 시찰했지만 단 한 명의 공무원도 마주칠 수 없었다고 영국 BBC 방송이 30일 전했다.
지난 28일 오전 7시 30분. 두바이 토후국의 왕이자 아랍에미리트의 총리인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67)은 이른 시간부터 출근해 시(市)의 발전을 위해 힘써 일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사무실을 ‘깜짝’ 방문했다. 하지만 시청 고위공무원 중 제 시간에 출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빈 사무실엔 자신의 초상화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28일은 일요일이지만 두바이에선 정상 근무일이다. 두바이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을 쉬는 대신, 일요일엔 정상 근무를 한다.
현지 방송 알 아라비야 TV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인 두바이 왕은 시 공무원들의 근무 기강 확립을 위해 평소에도 이른 아침에 근무 시찰을 해왔다. 즉 공무원들에게 두바이 왕의 이번 방문이 완전히 예측 불허했던 건 아니란 의미다.
두바이 왕의 방문 이후 두바이시 법무실장을 비롯해 시청 고위공무원 9명은 퇴직 통고를 받았다. 명목상으론 “도시 발전의 새 국면을 맞이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현지 언론에선 이번 조치에 시찰에서 느낀 실망과 분노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두바이시 공보국장 모나 알마리는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왕이) 확실한 신호를 보내려 하신 것 같다”며 “윗사람이 근면 성실하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