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학 참고서의 바이블(bible)'로 불리는 '수학의 정석(이하 정석)'이 올해로 발행 50주년을 맞았다. 1966년 8월 31일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4600여만권이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참고서는 성경을 제외하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팔린 책을 한 권(평균 두께 3㎝)씩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산(8848m) 156개에 해당하는 높이다.
저자인 홍성대(洪性大·80) 현 전주 상산고 이사장은 서울대 수학과에 재학 중이던 27세에 '정석'을 쓰기 시작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직접 마련해야 했던 홍 이사장은 고교생을 상대로 과외 지도를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었는데, 이때 기존 수학 참고서에 미흡한 점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홍 이사장은 광화문 일대 외국 서적 판매점을 뒤져 수학 관련 자료를 수집, 학원에서 강의할 때 자료로 사용했다. 여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얹어 3년간의 작업 끝에 '정석'을 완성했다. 이 참고서는 1966년 출간 첫해 3만5000여 권이 팔려 화제를 모으더니, 이후 판매 부수가 급증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에는 한 해 150만~180만부씩 팔리기도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6년 기념 전시에 50년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한 수학의 정석 초판본을 선보이기도 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으로 번 수익금을 출연해 지난 1980년 학교법인 상산학원을 설립하고 1981년 상산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상산고는 2003년 자립형 사립고, 2010년엔 자율형 사립고로 바뀌었다. 홍 이사장은 "젊었기에 당돌한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혼신의 힘을 쏟아 수학의 정석을 만들었다"며 "학생들 덕분에 번 돈을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었다. 학교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