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PC방은 작년 5월부터 초·중학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인근에 고등학교가 없어 사실상 ‘성인 전용’ PC방이 됐다. 이 PC방은 1시간 이용료가 회원 1500원, 비회원 1800원으로 주변 PC방(1시간 1200원)보다 25~50% 정도 비싸다. 대신 별도의 주차공간과 대형 흡연실 등 성인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보강했다. 이 PC방은 ‘초등학생 없는 PC방’으로 소문이 났고, 최근 들어 지점 두 곳을 새로 열 정도로 호황(好況)을 누리고 있다.

초등학생 출입을 금지한다고 써붙인 한 PC방.

최근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는 '성인 전용 PC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금' 콘텐츠나 도박 등 성인 게임을 즐기는 장소가 아닌 쾌적한 환경에서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는 PC방이다. 이런 PC방은 '초등학생, 중학생 때문에 소란스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을 한다. 일부 식당·카페에서 적용한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PC방으로까지 확산한 것이다.

PC방 업주가 어린 학생 손님을 꺼리는 분위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PC방에서 소란을 피우는 초등학생들을 컴퓨터 게임 속 유닛에 비유한 '초글링'이라는 말도 있다. 지난해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PC방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5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초글링이 '최악의 손님' 3위로 꼽혔다.

학생 출입을 금지한 PC방 이용자들이 남긴 평가.


컴퓨터 게임 주 소비자이자 실제로 PC방 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의 출입을 막아도 영업에 지장이 없을까. 최근 초·중학생의 출입을 제한한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PC방 업주는 "전체 손님 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제한된 용돈으로 PC방을 이용하는 학생들과 달리 성인 고객은 이용 시간이 길고, 식·음료비 지출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24)씨는 "취업준비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PC방에 갔다가 시끄러운 학생들 때문에 짜증만 쌓일 때가 있었다"며 "조금 멀더라도 어린 학생들이 잘 오지 않는 PC방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쫓아내는 것은 PC방 업주들의 횡포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전모(24)씨는 "초등학생 때 PC방에 갔던 것이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PC방이 아니면 놀 곳도 별로 없는 학생들을 막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연구원이 올해 2월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1%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우는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경험했다"면서도 46.6%는 "노 키즈 존은 과잉조치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9.2%는 "노 키즈 존이 아이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