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발레단들이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일그러져 있다. 마치 뇌의 모습으로 표현된 그들의 모습에서 섬뜩함이 느껴진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당신의 뇌를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질병' 등의 자막 어두운 분위기를 더한다. 지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 이야기다.
위에 예시를 든 금연광고 이외에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광고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요즘은 모바일의 발달로 광고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 속 국내외의 다양한 광고를 접할 수 있는 행사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바로 부산 국제 광고제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부산 국제 광고제의 모습을 전한다.
광고제가 시작된 25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벡스코에는 광고제를 보기 위한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깨다'(Break·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61개국에서 18,063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친 후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출품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카메라로 연신 작품을 담는 관람객, 노트에 끊임없이 작품의 특징을 적는 학생 등 광고제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했다.
광고제는 VR, 드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과 국내외서 활발히 활동 중인 광고계 인사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세미나존, 이번 광고제에 출품된 작품을 구성하는 전시존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물인터넷과 VR을 이용한 체험존이었다. 기자 역시 이 체험존에서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헬스바이크를 체험했다. 평소 운동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화면 속 경사진 길을 오를 때는 사력을 다해 페달을 밟아야 했다. 체험을 끝내고 자전거에서 내려오니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전시장 한쪽에는 이번 광고제에 출품된 작품 중 본선에 진출한 1,680편이 전시돼 있다. 일반인 수상작에서부터 전 세계의 공익광고까지 전시돼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예비 광고인들로 북적였다.
전시된 광고들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텍스트 위주의 광고가 아닌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표현하는 형태였다. 텍스트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광고가 아닌, 이미지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경희(26, 부산 수영구)씨는 "광고인을 꿈꾸는 입장에서 다양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라며 "보통 광고라면 텍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지로 표현한 광고를 보니 의미가 더 색다르게 다가오네요"라고 말했다.
이번 광고제에는 국내 광고회사 및 예비 광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열렸다. 바로 전 세계 광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미나다. IT, 게임, 스타트업 등 총 40개의 세미나가 행사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세미나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광고의 새로운 흐름에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알아가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등 세미나에 집중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오민혁(29, 부산 해운대구)씨는 "이론으로 배울 수 없는 현직 광고인들만의 경험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라며 "단순히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의 다양한 광고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부산 국제 광고제는 오는 2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광고제 마지막 날에는 18,066편의 출품작 중 최종 본선 심사를 통해 그랑프리와 금·은·동상 수상작을 발표한다. 광고제 현장을 방문해 역대 최대의 경쟁률을 뚫고 그랑프리를 받는 작품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