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이 모여 있는 일본 도쿄의 한 회사 회의실에 준수한 외모의 남성이 들어온다. 그는 회의실 스크린 화면으로 직원들에게 짧은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의 내용은 한 청각장애인의 이야기. 영상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딸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급히 뛰어가지만, 병원 직원은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입실을 거부한다.
병실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딸의 모습과 함께 영상은 끝을 맺고, 숙연해진 회의실 안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영상을 보여준 남성은 눈물을 흘리는 직원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눈물을 닦아준다.
25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일본 회사들이 직원단합을 위해 ‘눈물 닦아주는 꽃미남’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직원들의 눈물을 닦아준 류세이 씨는 울음 치료 전문 업체인 ‘이케메소’(일본어로 꽃미남을 뜻하는 ‘이케멘’과 낮은 소리로 우는 모양을 이르는 의태어 ‘메소메소’의 합성어)에서 일하는 울음치료사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잘 울지 않지만, 회사 사람들 앞에서 한번 눈물을 흘리고 나면 직원들 사이의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했다.
취재 당일 회의실에 모인 직원은 회사 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여성이었다. 류세이씨는 “오늘따라 여성분이 많이 모였다”며 “평소에는 남자 직원들도 울음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이케메이 측은 울음치료 의뢰인이 치료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케메이에 소속된 치료사 중에는 부업으로 일하는 현직 치과의사뿐 아니라 전직 체조선수와 장의사, 구두닦이 등이 있다. 이곳 치료사 중에서도 류케이 씨는 조금 나이가 많은 편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프로필에 자신을 ‘성숙한 남자’로 소개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가한 직원 테루미 씨는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툴고, 회사에서도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참가했지만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다룬 영상을 보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직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지만 그동안 잘 대해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회의실의 청일점이었던 이 회사 사장은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사내 분위기가 한층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울음 워크숍을 통해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직원 사이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