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SM 엔터테인먼트 사옥 앞. 평일 아침이지만 한류 스타를 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 5~6명이 회사 로고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돌 가수처럼 스냅백 모자를 쓰고 왼쪽 귀에 피어싱 3개를 한 중국인 관광객 장샤오(여·19)씨는 SM 소속 여성 아이돌 그룹 f(x)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장씨는 "행여나 가수들이 소속사 건물로 들어오면 사인받고 사진 찍으려고 건물 앞에서 1~2시간 정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청담동은 한류 팬이라면 반드시 한 번 들르는 곳"이라고 했다.

청담동에서 삼성동까지 한류 거리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엔 SM·JYP·FNC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스타가 소속된 대형 연예기획사 사옥들이 있다. 한류 팬인 외국 관광객들에겐 단골 답사 코스이다. 강남구는 2013년 9월부터 작년 말까지 13여억원을 들여 SM·JYP 사옥이 있는 청담 사거리 일대를 한류 스타 거리(K-STAR ROAD)로 조성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JYP 사옥이 있는 약 1.08㎞ 구간이다.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 사거리 일대에 조성된 ‘한류 스타 거리’의 한류 스타 이름이 적힌 조형물 옆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M·JYP·FNC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스타들이 소속된 대형 연예기획사의 사옥들이 모인 이 일대는 외국인 한류 팬들의 ‘순례 코스’가 됐다.

강남구는 이 거리가 시작되는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 앞에는 외국인이 이 거리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K-STAR ROAD'라고 적힌 조명 이정표를 세웠다. 또 소녀시대·엑소·2PM·씨엔블루 등 한류 스타의 이름을 붙인 2m 높이 조형물을 10개 만들었고, 한류 스타가 자주 찾는 일대 식당·상점 등을 소개하는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도 2개 배치했다.

강남구는 올 하반기 이후 영동대로부터 삼성동 코엑스까지 한류 스타 거리를 확장하기로 했다. 또 한국무역협회와 협력해 코엑스 G20 광장과 피아노 광장 일대에 '한류 테마 파크'를 조성한다. 한류 스타 관련 예술품을 전시·판매하고 K팝을 체험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 대형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스크린을 설치해 LED 조명으로 영상을 표현)도 설치해 K팝 공연을 실황 중계할 예정이다.

한류 팬에게 SM 아이돌 춤 가르친다

23일 오전 청담동 JYP 엔터테인먼트 사옥 맞은편 카페에서 만난 일본인 나카오 후미카(여·20)씨는 "가수 2PM을 보려고 오전 8시 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앉아 있다"며 "2PM을 보면 가장 좋지만, 못 보더라도 3박 4일이란 짧은 일정에 재밌는 한류 체험을 하고 일본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강남구, SM 엔터테인먼트는 이런 외국인 한류 팬을 위해 오는 10월 말 완공 예정인 청담동 SM 셀레브리티 센터를 주 1회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한류 스타와 SM 소속 연습생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외국인 한류 팬 100여 명에게 무료로 '아이돌 안무'를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JYP, FNC도 외국 한류 팬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안무를 가르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서울 외곽에도 한류 콘텐츠 명소 조성

서울시는 2021년 개방을 목표로 도봉구 창동 일대에 2만석 규모의 K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 아레나'를 지을 예정이다. 서울시와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 '에스쁘아'는 이화여대 일대에서 지난 6월부터 외국 관광객 20명에게 월 1회 무료로 한류 스타 메이크업 강습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 관광객들이 명동·광화문·인사동 일대만 오가는 것이 지겹다고 한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 한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명소를 만들어 한류 팬들이 서울 구석구석을 관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