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스위스에서 수입한 금괴에 대해 한-유럽 자유 무역 연합(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EFTA)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FTA) 상 특혜 관세를 적용 받지 못한 데 불복해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EFTA는 유럽 경제 공동체(EEC, 현재의 EU)에 가입돼 있지 않던 유럽의 7개 나라가 EEC에 대항하기 위해서 영국을 중심으로 1960년에 설립한 자유 무역 연합이다. 현재는 EU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만 EFTA에 가입해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삼성물산이 관세청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24일 확정했다.
삼성물산은 2006년 11월~2007년 9월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하면서 스위스 수출업자가 발급한 원산지 신고서를 근거로 한-EU FTA에 따라 협정세율 0%를 적용해 세관에 신고했다.
서울세관은 스위스 관세당국에 금괴의 원산지가 스위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원산지 검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세관은 일부 회신을 받았지만 대부분에 대해 10개월이 지나도록 회신을 받지 못했다.
서울세관은 ‘회신기간 내 미회신’을 이유로 2009년 8월 특혜 관세대우를 배제하고 기본 관세율 3%를 적용해 삼성물산에 세금 8억4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삼성물산은 “스위스 업체가 스위스에서 행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특혜 관세대우를 배제할 수 없는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한-EU FTA 규정은 검증 요청일로부터 10개월 이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 특혜 관세대우에서 배제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스위스 관세당국은 1심 재판 중 원산지 인정 회신을 보냈다. 1·2심은 "예외적인 경우는 '수출 당사국 관세당국이 통제 불가능한 특정한 상황'으로 한정 해석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한-EU FTA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는 '수출 당사국 관세당국이 통제 불가능한 특정한 상황'으로 한정 해석해야 한다"며 "스위스 관세당국은 금괴의 원산지 결정에 관해 스위스에서 벌어진 행정소송이 길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FTA에 따른 수입국의 원산지 검증 요청에 대해 수출국의 관세당국이 검증 회신기간을 지났거나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경우, 수입국 관세당국이 특혜 관세적용을 거부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