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반던지기 선수 피오트르 마와호프스키가 리우올림픽 은메달을 경매에 부쳐 난치병 어린이에게 기부한다. 사진은 망막아세포종을 앓고 있는 올카 시만스키와 은메달, 경매 웹사이트.

"은메달을 팝니다."

22일(현지 시각) 브라질에서 폐막한 리우올림픽 메달이 시장에 나왔다. 폴란드 원반던지기 선수 피오트르 마와호프스키(28)가 4년간 구슬땀 흘려 딴 은메달을 경매에 부쳤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서다. "리우에서 나는 금메달을 목표로 싸웠어요. 이제 훨씬 더 값어치 있는 도전을 시작합니다. 어린 소년의 건강을 위해 싸울 겁니다."

마와호프스키는 지난 19일 페이스북 프로필을 이렇게 바꿨다. 그가 은메달을 팔아서 돕고 싶어하는 폴란드 소년은 망막아세포종에 걸린 올카 시만스키(3)다. 망막에 생기는 이 암(癌)은 다른 곳으로 전이되기 전에 눈 수술을 받으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마와호프스키는 페이스북에 "시만스키는 지난 2년간 눈 주변에 퍼진 암과 싸웠는데 미국 뉴욕의 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며 "리우올림픽 은메달을 판매한 수입은 전액 그의 수술비로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와호프스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원반던지기 은메달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이번 올림픽 금메달이 기대됐지만 67.55m를 던져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시만스키 덕에 내가 받은 은메달의 가치를 끌어올릴 기부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소년의 치료비는 여비를 포함해 12만6000달러(약 1억4200만원)가 필요하다. 미국 ABC는 자선 재단의 후원으로 3분의 1은 마련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폴란드 한 웹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경매에서 마와호프스키가 내놓은 은메달의 호가(呼價)는 2만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올림픽 금메달의 평균 경매 가격(1만달러)을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 마와호프스키의 은메달 경매는 오는 26일 마감될 예정이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요트 선수로 동메달을 딴 조피아 노체티클레파츠카(폴란드)가 이웃집 소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메달을 경매에 부쳤다. 당시 다섯 살 주지아는 희귀병인 낭포성섬유증을 앓고 있었다. 노체티클레파츠카는 그녀의 가정이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 동메달을 기꺼이 내놓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란 태권도 영웅 하디 사에이도 2003년 이란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국민이 고난을 겪자 각종 국제대회 메달을 경매에 부쳐 수익금 전액을 테헤란 복원사업에 기부했다.

리우올림픽에서 나온 금메달과 은메달은 각각 812개다. 금메달도 성분은 92%가 순은이고 순금 1%(6g)로 도금됐다. 나머지 7%는 동이다. 리우올림픽 금메달의 원가는 7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마와호프스키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당신을 경매에 초대합니다. 격려의 메시지도 좋아요. 내 꿈이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참여해 수술비가 모인다면 시만스키에게 이 은메달은 어떤 금메달보다 더 값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