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도소의 재소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담배가 아닌 라면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대학 사회학과 박사후보생인 마이클 깁슨 라이트가 미국 내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60명을 대상으로 노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죄수들은 라면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매점에서 59센트(약 663원)를 주면 라면 1개를 살 수 있지만 교도소 내에서 이뤄지는 '물물거래' 때문에 라면값이 폭등한다.

깁슨 라이트의 보고서에는 물물거래 시 라면 1개는 약 2달러(2250원)인 담배 5개비, 라면 2개는 약 10.81달러(1만2140원)인 운동복 상의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나타났다.

깁슨 라이트는 이러한 현상을 열악한 배식 사정과 연관 있는 것으로 봤다.

교도소측은 예산이 감축되자 2000년대 초반 재소자 식사 제공업체를 바꿨고 그 뒤 교도소 내 물물거래에서 라면값이 치솟았다.

배식 회사가 바뀐 뒤 주중 하루 세 번씩 나오던 따뜻한 음식은 하루 두 번으로 줄고, 대신 차가운 음식이 점심때 제공됐다. 주말에는 끼니도 하루 세끼에서 두 끼로 줄었다.

또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몇몇 교도소의 경우 재소자들의 식사 단가가 15센트(169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재소자는 5살짜리 아동에게도 불충분한 식단이 제공돼 아이들의 체중이 크게 줄자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깁슨 라이트는 "노동과 운동으로 소일하는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로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하기 쉬운 고칼로리 식품인 라면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재소자들은 라면 때문에 교도소에서 싸움도 벌어진다고 증언했다.

한 재소자는 깁슨 라이트에게 "감옥에선 라면이 곧 돈"이라면서 "바깥에 있는 가족에게 라면을 많이 보내달라고 요청하고자 편지를 보내는 데에도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