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규석

22일 리우올림픽 폐막식을 연 음악은 흥미롭게도 '바르바투키스 그룹'의 '바이아나'였다. 3년 전 한국을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강연했을 때 나는 이 음악을 연주하며 "브라질을 제대로 알려면 브라질 사람들의 리듬, 즐거움, 에너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같이 춤을 추자고 권했지만 아무도 추지 않았다. 만약 브라질이었다면 거대한 댄스 파티장으로 변했을 것이다.

폐막식에서 바로 그 춤을 볼 수 있었다. 개막식이 이미 알려져 있는 브라질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폐회식은 세계가 잘 모르는 브라질의 독특한 문화적 면모를 보여줬다. 화가 타르실라 두 아마랄, 민속 음악가 노엘 호자 등 다양성 풍부한 브라질 문화와 역사가 펼쳐졌다.

2014 브라질월드컵 개최 직전 브라질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가 참담한 경제 상황을 항의한 적이 있다. 만연한 부패, 낮은 교육 수준, 불평등한 소득 분배와 가난….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개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브라질 국민을 볼 수 있었다. 전 세계 관객 앞에서 올림픽이 실패할까 그들은 두려워했다.

몸치도 흔들게 만든 리우 폐막식 - 브라질의 간판 모델 이자벨 굴라트(왼쪽)가 환경미화원이자 삼바 댄서인 헤나토 소히소와 함께 흥겨운 삼바 춤을 추고 있다. 22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치러진 리우올림픽 폐막식은 브라질 특유의 경쾌한 민속 음악과 리듬으로 전 세계인을 매혹시켰다.

하지만 흥겨운 개·폐막식은 세계인을 매혹했고, 브라질 국민에겐 긍지를 찾아줬다. 런던올림픽 10분의 1 예산으로 보여준 창의성은 전 세계 사람들, 특히 브라질 국민의 탄성을 자아냈다. 마침내 브라질 국민은 행복하게 살아가고픈 의지와 거대한 즐거움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브라질로 이민 온 나의 아버지는 책임감 강하고 엄격했다. 항상 열심히 일하셨지만 별로 웃지 않으셨다. 하지만 브라질이 아버지를 차츰 변하게 만들었다. 좀 더 다정하면서도 즐거운 아버지가 됐고 좀 더 소통하는 사람이 됐다. 폐막식 도중 'Be Brasil'(브라질이 되자)이란 문구를 봤을 때 이 나라가 가진 마법이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마법이 아버지를 건드렸던 것이다.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카니발 댄서들과 함께 선수들은 물론 관중까지 모두 삼바를 췄다. '브라질'이 되는 감동을 느끼며 전 세계가 삼바를 췄다. 경쟁해야 한다면 행복하고 즐거워지기 위해 경쟁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 인생의 금메달을 따게 될 것이다. 브라질은 '행복해지자'는 메시지를 모든 이에게 전달했다.

※ 작가 이규석〈사진〉은… 1971년 강원 춘천생. 필명 닉 페어웰. 14세 때 부모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간 한인 1.5세. 현지에서 소설가, 시인,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 2007년 포르투갈어로 성장소설 'GO'를 펴내 큰 인기를 끌었다.